공기업 '신사옥 이사 1등'
부동산 감정에서 통계까지 공적기능 강화
'한국부동산원'으로 이름 바꾸고 새출발 앞둬
지난 16일 오후 이젠 옛 사옥이 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건물에서 만난 권진봉 원장(사진)은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 예정인 110여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신사옥을 완공, 업무를 시작하는 게 됐다"며 "의미가 남다르고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사 이곳저곳에서는 이전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삿짐센터 차량이 문 앞에 서있는 가운데 건물 곳곳에 쌓인 상자들을 나르는 손길이 분주했다.
어떤 일이든 '처음', '최초'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다. 그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 원장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강조하는 바는 이랬다.
"지방균형발전은 시대적 사명이다. 공기업은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이런 과제에 선도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한국감정원이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후부터 대구지역 경제 활성화와 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동안 망각돼온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혁신도시가 한국감정원 이전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은 지방이전 일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숨가쁘게 이전을 준비했다. 그 결과 신사옥과 함께 독신자숙소 등을 준공하면서 1호 이전 공기업이 될 수 있었다.
권 원장은 "1969년 창립된 한국감정원이 약 32년 동안 자리잡았던 삼성동을 떠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면서도 "공기업 지방이전 추진을 가장 모범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32년 동안 본사로 삼아온 서울 삼성동 사옥 매각을 꼽았다. 권 원장은 "2011년 10월 대구 사옥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삼성동 사옥이 매각되지 않으면서 고비를 맞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2011년 11월 당초보다 5% 이상 매각대금을 더 받으며 매각계약을 체결했고 2328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구 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자리잡은 대구 혁신도시에는 총 12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한다. 이전이 완료되면 3300여명이 상주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구에는 생산유발효과 2조5000억원을 비롯해 고용유발 2만명, 주택건설 파급효과 1조4000억원, 기타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연간 238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공동체 문화조성이라는 무형의 가치까지 더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부동산 조사·평가·통계 업무를 강화하면서 제2 창사를 선언했다. 이후 매주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주택가격 동향을 시장에 제공하며 불신으로 가득했던 부동산 통계 분야에서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또 '한국부동산원'으로 사명 변경을 앞두고 있는 한국감정원이 대구혁신도시라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면서 향후 역할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원장은 이에 대해 "부동산 조사와 통계가 부실할 경우 정책과 대책이 부실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정부 불신과 국민적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부동산 감정평가라는 단순업무에서 탈피해 부동산 조사·평가·통계 기관으로 기능과 역할이 바뀐 만큼 공기업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 원장은 "선진화돼 가는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감정평가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선도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조사·평가·통계 외에도 ▲토지·주택가격 공시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토지보상 업무 대행 ▲부동산 리츠 인가 심사 ▲녹색건축물 인증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각종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권 원장은 "많은 개발사업들이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없이 무리하게 추진돼 왔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추진되는 부동산개발사업은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춘 공적기구에서 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관리하고 검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한국감정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업무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또 지난해가 제2 창사 원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권 원장은 "하우스·렌트푸어 등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다양한 부동산 통계를 적기에 공급, 투명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 4월 보상평가 검토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부실 보상평가를 사전에 차단해 국고손실을 막는 데 적극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주택관리정보체계인 K-Apt를 오는 2015년까지 구축해 국민적 관심사인 아파트 관리비의 적절하고 투명한 집행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앞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권 원장은 "직원들이 교육 등 현지 생활 여건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직원들이 전문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관련 자격증 취득과 석·박사 과정 등 자기계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근무에 대한 인센티브와 정기적인 순환근무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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