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곳곳에선 자주포와 탱크들이 굉음을 내며 훈련 중이었다. 민간인들도 이날은 '을지 훈련'에 따라 발령된 긴급 대피 상황 훈련 경보에 따라 마을 한가운데 마련된 최신식 대피소에 몰려 있었다.
"위험해서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세간의 생각과 달리 인구와 관광객이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가 총 9000억원대 규모의 '서해5도특별지원법'을 만들어 항만시설을 현대화하고 생활 지원금(월 5만원)을 지급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덕이었다. 이로 인해 '안보 재테크'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서해 5도에 이사를 가면 노후 걱정은 없겠다는 말들이 오갈 정도였다. 꽃게잡이와 섬 농사에 의존해 한적하고 고요하게 살던 서해 5도 주민들은 2010년 이후 인구 증가와 부동산 값 상승률 전국 1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당혹'해할 정도다.
그러나 '안보 위기'에 의존하는 이같은 서해 5도 지역의 '활기'는 주민들에게 일종의 '역설'로 보였다. 안보 위기로 일시적으로 생활이 나아지긴 했지만, 결국은 그들의 생존ㆍ번영을 가져다 줄 궁극적인 키워드는 '평화'였기 때문이다. "안보 불안이 제일 큰 문제다. 우리는 평화만 보장되면 관광객과 꽃게잡이로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어느 백령도 주민의 말이 귀를 맴도는 이유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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