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안에 대한 재검토 지시를 내린 지 단 하루 만에 수정안을 뚝딱 만들어 냈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한 박 대통령의 요구를 무색하게 만든 졸속 땜질이다. 덕분에 증세 대상에 들었다가 빠지게 된 229만명의 환심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의 진원을 돌아보면 그것이 민심에 대한 완전한 처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민심은 대기업이나 고소득자ㆍ거액자산가에 대한 응분의 공평과세를 요구한다.
이번 세법 개정 파문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함을 보여 준다. 그렇잖아도 경기부진으로 올 상반기에 거둔 세금은 지난해에 비해 9조4000억원이나 적다. 정부는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 증세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가능한 세입 범위 이내로 복지공약을 축소 조정할 것인지 양단간에 결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공약집과 공약가계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현실성이 없어 뜯어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공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에게 재원조달의 한계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보편성과 누진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공정한 증세를 떳떳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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