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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중간계층 근로자의 이유있는 조세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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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이 재검토에 들어갔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방식으로 세율 인상이 없는 세수 증대를 꾀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중간계층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중간계층 근로자들이 조세저항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상대적 박탈감이다. 자신들보다 소득이 많은 고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 재벌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이다. 이런 조세저항을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첫째, 고소득 근로자와 자영사업자의 세금 부담을 높여야 한다. 현행 세법상 소득 3억원 이상에 38% 세율이 적용되는데 우리가 복지 모델로 삼는 유럽연합(EU) 국가와 비교하면 한참 낮다. 5억원 이상에 45% 정도를 적용하는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 현재 35%가 적용되는 8800만~3억원 구간도 적절히 나눠 35%와 40% 정도의 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법인기업의 세율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법인기업의 경우 2억원의 이익까지는 10%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세율 15%에 못 미친다. 더구나 개인기업에 대해선 35% 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이냐 개인기업이냐에 따라 25%포인트의 세율 차이가 있다. 법인의 이익이 많으면 배당으로 이어져 소득세가 더 걷힌다지만 주식이 고루 분포돼 있는 경우나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주주 대부분이 친족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는 외형만 법인기업이지 실제는 개인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2억원 이하 법인소득에 대한 10% 세율은 인상돼야 마땅하다. 아울러 재벌기업의 내부자 간 거래나 탈세 행위에 대해 보다 엄하게 감시하는 제도 마련도 요구된다.

셋째, 과세 기반 확충이다. 요즘 다시 논란인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명의를 빌려 준 자나 명의를 빌린 자 모두 처벌하는 규정 마련과 함께 명의를 빌린 자의 반환청구를 불가능하게 하고, 명의를 빌려 준 자에 대해서는 입금된 돈에 대해 증여추정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무거운 증여세를 과세토록 해야 한다.
넷째, 복지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달 계획을 내놔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5년 임기 동안 필요한 135조원의 복지예산 중 55조원을 세법 개정이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조달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안을 보면 연간 2조5000억원, 5년 동안 12조원 정도의 세수 증가에 그친다. 나머지 43조원은 어디서 누구에게 조달할 것인가? 사실 중간계층 근로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경험상 세입이 부족하면 결국 유리지갑인 근로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법 개정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판단하고 평가돼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복지 공약 자체를 탓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빚을 얻어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일반 가정도 수입이 감소하면 지출을 줄인다. 지출을 못 줄이면 부업이라도 해 수입을 늘려야 한다. 국가예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세입 증대가 어렵다면 과감하게 복지예산이나 다른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남유럽과 같은 재정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다.

근로자들의 조세저항은 자신들이 당장 부담할 10여만원이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다. 세 부담이 불공평하고 정부의 재정관리에 대한 비전을 볼 수 없는 실망감이 더 커 보인다. 필자도 증세론자는 아니지만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필요하다고 본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증세는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복지 공약을 실현하는 데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솔직히 고백하라.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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