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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위기 해법은 돈 붓기보다 체질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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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막대한 구제금융 지원, 뼈를 깎는 듯한 긴축에도 그리스 경제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되레 침체의 골이 더 깊어져 그리스에 추가 채무조정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추가 채무조정 여부는 그리스 경제를 살리는 데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리스의 시스템 자체다.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지원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리스 당국으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2010년 이른바 '패스트 트랙'(신속한 진행) 방식 도입으로 사업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을 60일로 줄였다. 이후 45일로 다시 줄였으나 투자자는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스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스 정부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6%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0년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ㆍ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 대표단이 그리스를 처음 방문해 계산해본 결과 6%가 아니라 12.7%로 나타났다.

내셔널 뱅크 오브 그리스의 폴 미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막대한 자금 지원, 정부 지출 삭감에도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으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관광업계도 비효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외부 관계자들은 그리스 관광업체들이 1년 중 6개월은 노는 것 같다고 말한다.
미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관광업체 90%가 3~5명의 소규모로 이뤄져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한 가운데 소규모 인력으로 굴러가다 보니 일은 진전되지 않고 노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문제다. 아테네 소재 판테온 대학의 안티고네 리버라키 교수는 "정치권이 너무 썩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성과보다 뇌물과 정치권 결탁이 큰 영향을 미치면서 그리스의 정치ㆍ경제 구조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뇌물과 정치권의 결탁은 수십 년 동안 강력한 로비단체를 키워내 정부의 긴축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비싼 트럭 라이선스를 없애려 들었지만 트럭 운전자들의 도로 점거 시위로 군 병력까지 동원하고 나서야 물자 수송에 나설 수 있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집권 이후 정부 고위직에 자기 고향 출신들을 임명했다. 그 결과 공무원 감축을 약속했으나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공무원 노조인 ADEDY의 노조원 수는 무려 40만명에 이른다.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의 가계소득은 40% 줄었다. 의료보험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다. 공공 의료기관을 이용해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간호사는 태부족이다.

슈피겔은 그리스 국민의 엄청난 고통을 끝내려면 구조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다시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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