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방북 제의에도 개성공단 '가시밭길'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4일 '남북당국간 실무 회담' 소식에 긴급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상가동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입주기업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방북 일정을 잡고 있지만 개성공단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재발 방지 문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단의 정상화를 위해서 남과 북이 '정경분리' 원칙에 합의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겸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이 마련된 것은 환영한다"면서 "남북한 정부는 어떤 정치 외교적 상황에서도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실천할 것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태섭 공동위원장도 "통행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개성공단만큼은 '정경분리'를 확실하겠다는 양측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가동 작업과 함께 잠정폐쇄기간 입은 기업들의 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도 정상가동 여부의 중요한 열쇠다. 지난 4월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촉발된 개성공단 사태는 3개월이 지났다. 입주기업들이 이와관련 정부에 신고한 피해액은 1조566억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금액의 70%만 인정한 상태다. 이미 피해액만 갖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상태라 본격적으로 손실 배상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특별법을 제정해 조건부 대출이 아닌 무상으로 신고금액을 모두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협보험을 신청한 65개사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경협보험 약관상 보험금을 받은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을 수출입은행에 넘겨야 한다. 보험금을 수령한 후 다시 공단에 입주하려면 보험금을 되갚아야 하는데 보험금을 되갚을 능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개성공단 철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배해동 비대위 위원장은 "보험금 신청 후 1~3개월 정도의 심사를 거쳐야 해 아직은 보험금을 받은 업체가 없다"며 "보험금 지급 전 개성공단 문이 열린다면 공장가동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수령 후 문이 열리면 고민할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의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설비점검 등의 작업을 해야 하므로 곧바로 정상 가동을 하긴 힘든 상황이다. 기계업종의 경우 1개월 정도의 기계 설비 점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고 섬유업종은 이 보다 가동시기가 짧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체 90일째 문을 닫아뒀기 때문에 설비 기계 상당수가 녹이 슬었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어와의 신뢰 회복 여부도 정상가동의 중요한 단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바이어들간 신뢰가 이미 금이 간 상태다. 바이어 대부분이 이탈했고 일부 기업은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해 손해배상 청구를 받기도 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