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은행 자본비율 높여야..아드마티 스탠퍼드 교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은행이 주택 소유주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주고 대출 자산으로 파생상품을 생성해 돈놀이에 나선 탓이다. 금융위기 이후 죽다 살아난 은행은 과연 정신을 차렸을까.
아낫 아드마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57ㆍ사진)는 결코 아니라며 은행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은행이 여전히 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은행 부채가 너무 많고 서로 연계성도 높아 은행 한 곳이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은행도 연쇄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아드마티는 은행이 타인 자본인 부채가 아니라 자기 자본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서 '은행가들의 새 옷'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의 적절한 자기자본비율을 20~30%로 본다. 현재 은행들은 자산의 4% 정도만 자본으로 비축해두고 나머지 자산을 대출에 이용할 수 있다. 아드마티는 은행이 자본비율을 높이면 문제 발생 확률이 줄고 경제에 도움도 된다고 주장했다.
아드마티에 따르면 은행이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 거래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주 배당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처럼 은행도 이익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당이 줄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당장 줄게 마련이다. 하지만 배당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자본을 쌓아두면 은행이 안정되고 경제에 도움이 돼 결국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
자기자본비율 확대에 대해 은행은 거세게 저항한다. 자본비율을 높이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드마티는 절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에 따르면 자기자본도 대출과 투자의 원천이다. 자본비율을 높이면 대출 자금이 더 많아지게 된다.
자본비율을 높이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져 주주 이익은 침해 받는다는 주장이 있다. 아드마티는 이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ROE가 보너스를 평가하는 잣대로 쓰인다"며 "ROE가 주주 이익보다 은행 경영진 보수와 연관돼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주주 이익을 내세우지만 사실 경영진의 이익이라는 말이다.
아드마티는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이용하면 ROE가 떨어지지만 리스크도 동시에 준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자본비율이 높아지면 은행도 대출 결정에 신중해져 부실 대출을 줄일 수 있다.
아드마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련된 '도드-프랭크 법(금융 개혁법)'도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의 60억달러(약 6조9090억원) 파생상품 손실 사건은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드마티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잘못된 스트레스 테스트로 은행의 배당 지급을 허용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ㆍ민주)과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루이지애나ㆍ공화)은 미 6대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15%까지 올릴 생각이다.
아드마티는 "이를 막으려는 은행들 로비가 극심할 것"이라며 "진짜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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