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피처폰·구형폰 판매해 매출 감소 보전...보조금 빙하기에 휴대폰 판매 수익 반토막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이동통신사간 보조금 혈전이 사라지면서 보조금 빙하기가 시작되자 휴대폰 판매점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나섰다.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거들떠도 안봤던 피처폰, 구형폰은 물론 액세서리 판매에 나서는 등 '외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판매점들의 월 매출은 17만원짜리 갤럭시S3가 등장하는 등 보조금 경쟁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8월 대비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되는 보조금 빙하기에 일부 판매점들은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가 하면 스마트폰 액세서리와 피처폰, 구형폰 판매를 늘리는 등 매출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실버 소비자를 겨냥하는 판매점도 있다. 을지로 지하상가에 있는 B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보조금에 길들여진 젊은 사람들은 아예 지갑을 열지를 않는다"며 "이 지역은 노년층 유동인구가 많아 피처폰을 갖다 놓고 판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보조금이나 휴대폰 가격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솔직히 무조건 팔고 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최신 휴대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철 지난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점도 늘고 있다. 명동 근처의 C 휴대폰 판매점은 한 달에 80~90명 오던 손님이 최근 40명으로 줄자 저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다. 판매점주는 "갤럭시S4가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다고 하지만 매장 손님 중 갤럭시S4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갤럭시S4보다 출고가가 싼 갤럭시S3를 더 많이 권한다"고 귀띔했다. 32기가바이트(GB) 모델 기준 갤럭시S4는 89만9800원, 갤럭시S3는 73만2600원이다.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은 한 대당 최대 27만원으로 제조사와 통신사는 이를 넘어서는 추가 보조금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한 대라도 더 파는 게 남는 장사"라며 "구형 스마트폰이나 보급형 스마트폰 위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의 급격한 경색이 유통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사 관계자는 "휴대폰 출고가를 인하하고 통신사도 요금제, 서비스 경쟁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는 데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다만 최근 보조금 시장의 급격한 냉각으로 통신 시장의 한 축인 휴대폰 유통점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측면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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