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벼랑에 선 건설업계, 생존 해법은?
③패스트트랙의 올가미


건설업계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일감은 줄어들고 영업실적은 나빠지며 지속 성장을 논하는 것조차 여유롭지 않을 정도다. 소비자 위주 시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소송 등에 내몰려 경영위험이 커졌다. 정권의 국책사업을 수행한 이후 수익을 향유하지도 못한 채 공정위와 검찰, 국세청 등의 매서운 칼날 앞에 허둥대기 일쑤다. 각종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는 '건설업자'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등 이미지도 추락했다. 이렇다보니 대학들조차 건설이라는 이름을 경쟁력으로 빼고 있다. 고급 인력 유입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분리발주나 하도급자 보호 등의 이슈가 새롭게 추가되며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벼랑에 선 건설산업의 현주소와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해외에서 잘 나가던 쌍용건설이 생사기로에 설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법정관리에서 졸업은 했다지만 신규 수주가 어려운 상황인데 국내 SOC사업까지 줄인다고 하니 어디서 출구를 찾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해 워크아웃을 진행하던 중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 얼마 전 어렵게 졸업에 성공한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단기간에 자율경영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경영 정상화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시공능력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21곳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상위 20위권 내 건설사 중에서도 금호산업(16위)에 이어 쌍용건설이 두 번째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해외수주가 어려워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등이 막혀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업계 13위 쌍용건설까지 워크아웃을 두고 3개월 째 갈팡질팡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해외 건축과 토목사업에서 국내 업계 내 최상위권이다. 쌍용건설은 현재 중동 등 해외에서 8조원 규모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쌍용건설이 정상화에 실패하면 1400여개 협력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며 다른 건설사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쌍용건설의 구조조정이 꼬이게 된 데는 전 대주주인 캠코(자산관리공사)와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며 고통 분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청산되자 캠코는 대주주의 부실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지분을 채권은행에 넘기고 빠져나갔다. 지분을 넘겨받아야 할 금융당국이 난색을 표하자 지분을 채권은행들에 분산시킨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업계 부실이 대형건설사까지 번졌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다른 건설사도 불안해진다"면서 "정부가 건설업계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조속한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경기 전체가 위축되면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로도 회생의 기회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산업연구원이 시공능력 150위권이내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건설업체 23개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조조정 중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신규수주를 위한 보증의 어려움(34.9%)'과 '추가자금조달의 어려움(34.9%)'을 꼽았다.

AD

이 때문에 워크아웃·법정관리에서 벗어난다 해도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 패배감이 업계에 만연해 있다. 자력으로 해외수주를 하는 게 사실상 어려운 데다 위험부담이 적은 관급공사에 주력하려 해도 공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한 풍림산업, 삼환기업 등은 여전히 신규 수주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상황을 감안해 올 초 경영목표를 국내 관급공사 수주를 통한 안정적인 운영으로 잡았다"면서 "나라에서 복지예산을 핑계로 SOC예산을 줄인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