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설계 결함?' 한수원-웨스팅하우스 법적 분쟁 가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등 신설 원전의 잦은 고장정지와 관련해 설계사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 달 계획예방정비 기간 교체 예정인 신월성 1호기 일부 부품에 대한 책임 소재 여부는 물론 전체 설계상 문제가 없는 것인지를 놓고 양사 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은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3일 한수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7월30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가압경수로형 100만kW급 신월성 1호기의 거듭된 고장정지와 관련해 설계사인 웨스팅하우스와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김균섭 한수원 사장도 지난달 23일 신월성 1호기가 제어계통 문제로 발전정지한 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 서로 다투고 있는 중"이라며 "때에 따라 중재든 소송이든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원전 부품 공급 및 설계사와 원전 운영 주체 사이에서 책임 소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은 신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 8개월 만에 비슷한 부품 문제로 두 차례 불시 정지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긴급 현안 질의가 쏟아졌다. 부품 문제 뿐 아니라 설계상 문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볼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김 사장은 "설계상 미스(miss)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에서는 미국에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설계를 하는데 문제가 없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 원전 운영의 관행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원전 운영에 있어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면서 미세한 자극에도 반응하도록 설정해 놓은 탓이라는 얘기다. 김 사장은 "제어봉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어 내압을 800볼트에서 1200볼트로 조정하는 등 민감성을 떨어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고장을 일으킨 신월성 1호기 뿐 아니라 신월성 2호기, 신고리 1,2호기도 동일한 모델로 설계돼 있어 계획예방정비 때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수원 자체 설비 보수와는 별개로 웨스팅하우스와 책임 소재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상업운전을 한지 1년도 안 된 원전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데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지 확실하게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체 비용에 대한 논란도 많다. 한수원은 신월성 1호기 부품 교체와 관련해 웨스팅하우스 측에서 "부품에 하자가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우선 한수원이 비용을 들여 부품을 다시 구입했다.
부좌현 민주당 의원은 "제어계통 디지털 2중화 설비를 자체 기술로 개선하는 등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설계 부적합 문제에 따라 투입되는 추가 예산과 비용을 따져보고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설계상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새로운 부품을 웨스팅하우스 쪽에서 바꿔주도록 하겠다"며 "철저하게 책임을 따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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