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은행 '低利' 가라..예금 빼와 금덩이 사재기
-현장르포 금값 급락에 '금투자 특수' 누리는 종로 귀금속 매장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금값이 급락하자 '금 테크'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근처 은행에서 현금 1000만원을 찾아와 순금 덩어리를 구매해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종로에서 25년째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진(55)씨는 "금값이 떨어지면서 판매와 문의가 모두 급증했다"면서 "이달 매출이 지난달보다 25%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금값 하락으로 귀금속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떨어진 금값을 기회로 보고 금을 구입하겠다는 문의와 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찾은 종로 귀금속 매장 밀집 지역에는 순금을 사려는 소비자와 결혼 시즌을 맞아 예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금거래소의 금 시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순금 1돈(3.75g) 가격은 21만원이다. 지난 16일 시세가인 20만원보다는 올랐지만, 한달 전과 비교하면 2만원정도 내렸다. 지난 15일 금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기 악화 이유로 국제 금값이 '33년만의 최대 낙폭'을 보이자 국내에도 여파가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귀금속 상가 직원인 김지원(40)씨는 "금값이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주얼리보다 투자목적으로 순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이 지난달보다 2~3배 이상 늘었다"면서 "금값이 안정되면 거래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종로 귀금속 거리에 금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귀금속 매장을 찾은 이경자(56)씨는 "새마을금고에서 방금 500만원을 찾아왔다"면서 "쥐꼬리만한 은행 적금 이자보다 금에 투자하는게 장기적으로 전망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혼 시즌 특수도 '금값 하락' 덕분에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5, 6월에 결혼하는 예비부부들뿐만 아니라 9,10월에 백년가약을 맺는 예비부부들도 미리 예물을 맞추고 있다. 귀금속 매장 직원인 김영철(35)씨는 "경기 불황에 예물에 돈을 쓰지 않던 예비부부들이 투자 목적으로 순금이나 금 주얼리는 구매하고 있다"면서 "남자 목걸이와 순금 반지 등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에 결혼하는 한 예비부부는 "금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미리 예물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금값이 비싸 원래 다이아몬드 세트만 하려고 했는데, 투자를 겸해서 금 주얼리도 같이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보유하고 있는 금을 팔려는 문의전화도 많아졌다. 직원 김영철(39)씨는 "금값이 계속 하락하자 더 떨어질까 불안해하는 사람들 가운데 전화로 문의하는 고객이 증가했다"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화문의는 하루에 10통 이상 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그는 "국내 시세가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워낙 금시세가 오락가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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