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유독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조기 통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당이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이 일부 대형증권사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줄기차게 반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통과를 점치는 이도 거의 없었다.
증권가에선 법안 통과에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2%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 수위의 법안이라면 국회 본회의를 충분히 통과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기업 여신 제공한도가 원안보다 4분의 1로 줄었고, 자본규제 완화도 원안에서 퇴보했다"고 입맛을 다셨다.
'정부의 양보'에 야권이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금산분리가 안된 삼성과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IB업무를 맡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않다.
김기식 정무위 의원(민주통합당)은 "투자은행 업무를 허용 받은 대형증권사가 신용공여로 계열사를 편법적으로 지원할 경우 사전에 막기 어렵다"며 "금산분리가 된 KDB대우,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이 먼저 IB 업무를 하고 문제가 없으면 삼성과 현대증권도 허용하도록 하자"고 법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금융당국도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듬어야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도 생산적인 시행을 위해 더없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 대체거래소로 불리는 다자 간 매매체결회사(ATS)와 거래소 허가제 도입 등에 따라 한국거래소 민영화의 길이 열린 부분을 잘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복수거래소가 허용됨으로써 부산에 본사를 둔 파생상품거래소의 독점적 지위가 상실돼 금융중심도시로서 위상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법안 도입이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 7년여 만에 시행을 가시권에 뒀다. 자본시장 선진화, 증권사 새 먹거리 제공,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세 토끼'를 잡기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사냥도구를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하는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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