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방송·통신 독과점 깨기 나섰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 최대 갑부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이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카를로스 회장이 움켜쥔 이동통신 업계에 대한 독점 완화안을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 인터넷판은 멕시코 정부의 반독점 정책이 더 강도 높게 추진돼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취임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주요 정당들과 함께 자국 통신ㆍ미디어의 독점을 막기 위한 개혁안인 '멕시코를 위한 협약'에 합의했다. 새로운 개혁안이 이행될 경우 멕시코 사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실제 법안 처리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멕시코에서 독과점 문제는 통신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유리ㆍ시멘트ㆍ밀가루ㆍ음료수ㆍ설탕ㆍ토르티야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산업이 소수 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핵심 산업의 독점 구조로 서민의 생계 부담만 커지고 있다.
멕시코 기업과 시민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이동 통신비를 내고 있다. 멕시코의 이동 통신비는 OECD 평균보다 30% 비싸다. 일반 유선 전화비(67%)와 기업용 유선 전화비(82%)도 평균치를 웃돈다. 이처럼 멕시코의 통신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지만 투자는 다른 OECD 국가의 기업보다 훨씬 적다.
멕시코 방송 시장의 독과점 문제도 심각하다. 멕스코에 방송국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텔레비사와 TV 아스테카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방송국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한다.
멕시코 산업 전반의 뿌리 깊은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도 정부와 법원이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독과점 기업들에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이번에 니에토 대통령이 빼든 칼은 자못 날카롭다. 방송ㆍ통신 분야에 경쟁을 도입하자는 이번 개혁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멕시코 경제가 1%포인트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규제안도 훨씬 강력하다. 이에 따르면 방송ㆍ통신 분야의 독점을 깨기 위해 새로운 규제 기구가 설립된다. 새 기구는 방송ㆍ통신 자격을 빼앗거나 자산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인 사업자로 간주해 소규모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방송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두 방송국 운영권은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아울러 방송국 지분의 49%, 통신의 경우 100%까지 외국인 소유를 허용할 계획이다.
법안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멕시코 하원에서 찬성 393표, 반대 98표의 압도적 과반수로 통과됐다.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만 얻으면 실제 법으로 시행된다.
포천은 멕시코 정부가 개혁 방향을 원안대로 추진한다면 멕시코 경제는 한층 균형 잡힌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그러나 독과점 기업들과 치열한 대립을 거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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