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2013-정직]청문회서 그분들 "아니다,모른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본인의 주식 거래 내역은 없으며, 주식 보유는 하지 않고 있다."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결국 그를 사퇴로 몬 결정타가 됐다
그가 2월 23일 박근혜 정부 첫 국방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마자 각종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져다.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 고문직 경력과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 전입, 늑장 납세 등 30여 가지에 이른다. 야당은 의혹백화점이라고까지 했다. 30여가지의 의혹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어도 청와대와 여당, 민주당조차 김 전 후보자가 임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관 거짓말로 낙마=하지만 그가 2011년 1월 자원개발 업체 KMDC 관계자와 함께 미얀마를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고 앞서 석달전에는 이 회사 주식을 자신 명의로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사청문회 과정과 서면답변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그는 "청문요청서 작성 때 제대로 확인 못해 주식 취득 사실이 빠졌으며 출입국 기록은 법무부 자료를 그대로 제출한 것 뿐"이라고 했다. 경기고 졸업에 육사 수석입학과 수석졸업한 엘리트출신의 해명치고는 구차하기 그지없다는 비판이 들끓었고 결국 자진사퇴로 이어졌다.
한만수 교수가 공정위장에 내정되자 대형로펌에 오랜 기간 근무하고 재산이 많고 경제민주화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작 그의 자진사퇴를 이끌어 낸 것은 역외 비자금 계좌 운영과 탈세의혹이었다. 청와대의 검증팀에서는 해외계좌와 같은 문제의 경우 짧은 기간에 추적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한 전 내정자가 이 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공직자의 기본적 덕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만약 이 부분을 검증과정에서 명확하게 설명했다면 청와대의 거짓말이고 설명하지 않았다면 한 전 내정자가 거짓말을 한 셈이다.
◆한만수 해명없이 사퇴=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올해 초부터 유력인사 성접대 의혹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차관직 임명 전 청와대의 해명 요구에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경찰에서도 구체적으로 보고한 것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그는 차관 임명 이후 8일 만에 물러났다. 물러나면서까지 "성접대의혹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무관하다면 왜 관두었나"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청와대가 과연 사전인지를 하지 못했느냐는 또 다른 거짓말의 가능성마저 나온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김 전 차관의 "무관하다"는 해명은 점차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도덕성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임에도 거짓말하거나 발뺌만 하는 공직후보자가 속출하고 있다. 청와대는 사전 검증단계에서 200개항에 이르는 질문에 답변을 요구한다.
이 질문서에는 본인이나 배우자, 가족 등을 포함해 ▲영주권▲감찰기관 조사여부▲상속세 증여세 납세 여부▲다운계약서 및 위장전입여부▲논문 표절 및 학력 허위 기재여부 ▲퇴직후 재취업▲사생활 등이 망라된다. 결국 낙마했거나 인사청문의 벽을 통과한 후보자들 상당수가 이런 사전검증에서 스스로를 속인 셈이 된다.
◆ 뒤늦은 해명 모르쇠 일관도=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의 경우 새 정부 첫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임명 닷새만에 물러났다. 그는 사퇴 후에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는 자료를 내놨다.
1970년대 중반 당시 10살도 안된 아들 명의로 사들인 땅에 대해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사준 땅이라고 해명했지만 투기 목적으로 직접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위장전입에 이어 증여세 탈루,업무추진비 사적이용 등 잇따른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여론의 지탄을 받고 물러나야 했다.
공직자에게 '거짓말'이라는 주홍글씨는 임명장을 받았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인사청문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시비를 겪은 일부 장관들에 대해서는 해당부처와 새누리당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부처공무원은 "최소 1,2년은 모셔야할 장관이 위장전입, 자녀 증여세 탈루 및 지각납부 문제 등을 시인하는 것도 모자라 능력이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다보니 내부에서 영(令)이 제대로 설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장관들이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중만 살피면 경제상황에 따라 수정, 보완돼야 할 정책들이 무리하게 추진될 수 있다"면서 "각 부처가 보여주기식 정책경쟁을 하면 혈세만 낭비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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