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뿌리째 뒤흔드는 '정직 결핍증'

'보험사기는 범죄' 인식 부족.. 도덕적 해이 심각
보험사기 액수만 한해 4500억원 육박
개인회생 신청자는 급증

[WITH 2013-정직]나이롱 환자·배째라 채무자가 이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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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당분간 빚 갚을 생각 없습니다. 이미 한참을 연체해 신용등급도 형편없는데, 이왕이면 빚 탕감해준다는 정부정책 한 번 기다려 보려고요.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습니까." "아파서 병원에 와 있겠습니까. 일단 입원하면 보험금에 손해금까지 나오는데.. 휴가라고 생각하고 누워있는 겁니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만연한 '정직 결핍증'의 한 단면이다. 대출상환을 회피하려는 악성 채무자부터, 고의적인 사고로 보험금을 챙기는 보험사기단까지 발병증상은 심각하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정책적 보완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은 쉽지 않다. 이른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의 전쟁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서민금융 정책 '국민행복기금'은 '배째라'식 채무자에게 둘러싸였고,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 부족과 상대적으로 경미한 처벌 때문에 보험사기는 급증하고 있다.

◆"빚 못 갚겠다" 두 손 드는 사람들 = 국민행복기금이 아니더라도, 오래전부터 나라에서는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대표적인 게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재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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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의 추세다. 프리워크아웃은 신복위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사람 가운데 연체기간이 3달(90일) 미만인 경우만 신청 가능하다. 이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8%대에 불과했지만, 2011년 15.9%로 높아진 데 이어, 작년 4분기에는 24.6%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가 시작되면 다각도로 빚을 갚기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기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하는 경향을 반영한다"면서 "이는 채무자들의 모럴 해저드를 촉발한다"고 분석했다.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은 지난해 1월 4566건에서 올해 1월 4630건으로 소폭증가에 그쳤지만, 개인회생은 같은 기간 6111건에서 8868건으로 45.1% 급증했다. 이유는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에 따른 불이익이 적기 때문이라는 게 조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이후에도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면책이 취소될 수 있지만, 개인회생은 소득이나 재산이 있더라도 청산 때보다 변제액이 많기만 하면 받아들여진다. 또 파산과 동시에 공무원, 교사 등은 자동으로 퇴직되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역시 가질 수 없다는 신분상의 제약이 있다. 반면, 개인회생은 이 같은 제약에서 자유롭다.


조 연구위원은 "국민행복기금이나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등 신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들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도덕적 해이의 확산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작해, 빚 갚을 능력이 있는 채무자들까지 버티기에 나서게 되는 동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과거 모럴해저드 현상의 확산이 금융시장에 미쳤던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이롱 환자에서 살인까지.. 보험사기 '극성'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사례는 8만3181명, 4533억원에 이른다. 전년보다 1만848명(15.0%), 297억원(7.0%) 늘어난 수준이다. 자살이나 자해,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사기범도 1925명에 달했지만, 대부분(6만821명)이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에 연루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접촉사고 후 무조건 뒷목을 잡고 쩔뚝거리며 걸어나온다거나, 상해 없이 병원과 공모해 입원한 뒤 보험금을 타내는 나이롱 환자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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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의 직업 가운데는 무직이나 일용직(1만6098명)도 있지만 상당수가 평범한 회사원이나 자영업자(2만1418명)다.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무원(436명)이나 교육계 종사자(1186명)도 있다. 특히 교육계 종사자는 전년 대비 57.3% 급증해 병원종사자(1177명, 91.9%)에 이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당사자들이 이를 범죄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순한 부풀리기나 융통성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사나 검사에 따른 적발은 사후에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제도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결국 각 금융소비자들 스스로의 양심문제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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