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2013-정직]안정적 금융거래, 그 시작은 '정직'
조성래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장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ㆍmoral hazard)는 원래 보험시장에서 통용되던 말이다. 건강을 걱정해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하기 전보다 더 자주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늘고 보험보상이 증가하는 현상을 경제학자 애로우(Kenneth J. Arrow)는 모럴해저드라고 칭했다.
최근 사용되는 도덕적 해이의 의미는 다소 넓어졌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만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태도를 포괄적으로 뜻한다. 물론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제지만, 금융부문은 도덕적 해이가 단연 잘 나타나는 곳이다. 보험사기나 의도적인 파산 및 대출상환 연기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시장은 모럴해저드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영역이다. 금융회사들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확한 차주의 정보를 이용해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대출금액과 금리를 결정하고 대출을 해준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차주의 신용상태가 우량한지 불량한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할 경우 불량한 신용정보를 가진 사람이 대출받을 확률이 커지고 금융회사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사회적 비용도 커지게 된다.
한편 서민금융의 경우에는 정부의 보증이나 금융회사의 정책적 지원 등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상품에 대한 정부 등의 보증이 이뤄지는 경우 금융회사가 대출심사를 소홀히 한다던가, 금융회사의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차주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도적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피해를 금융회사 뿐 아니라 '서민'들이 입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민'이란 급전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돈을 빌리고, 상황은 어렵지만 대출금은 성실하게 갚아가고 있는 채무자들을 말한다. 다양한 복지혜택을 노리고 무작정 대출금을 연체한다거나 아예 파산을 신청해버리는 경우는 오히려 상환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규제를 강화한다고 도덕적 해이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자신이 정직한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급하게 돈을 빌릴 경우에도 차주는 본인의 소득이나 상환능력을 고려해 필요한 만큼만 돈을 빌리고 주어진 약정기간 동안에 성실하게 갚아야 한다. 금융회사 역시 차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초로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정직함을 상실하고 상호간의 신뢰가 깨진다면 안정적인 금융거래는 더 이상 어렵다. 결국 금융시장의 존재가치가 무의미하게 된다. 성공적인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책이나 시스템개발이 아닌, '정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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