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2013-정직]루이베통백·구씨 지갑·물가리 시계…
'진짜보다 진짜 같은' 짝퉁 공화국
-국내위조시장 27조원 세계 9위
-5년간 밀수액 2조2074억원 적박
-기업 손실에 국가 이미지 추락까지
"어떤 가방이 진짜 명품일까요? 우산이 없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립니다. 이 때 명품가방을 든 여성이 비를 피하기 위해 가방을 머리에 이고 간다면 그 제품은 짝퉁, 비를 쫄딱 맞는 한이 있더라도 가방만큼은 품에 꼭 안고 간다하면 그게 바로 진품입니다."
국내에서 짝퉁 가방이 판을 치자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다. 외관상으로는 분간이 안될 정도로 모조품이 감쪽같이 정품과 흡사해져 이런 식으로밖에 판별할 수 없다는 것. 정품 루이뷔통 가방을 들어도 위조품으로 오해받는 세상, 짝퉁 공화국의 현주소다.
시장경제를 좀 먹는 짝퉁제품이 좀처럼 사라지지를 않고 있다. 짝퉁은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짜석유시장 규모와도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짜 석유로 인한 연간 탈루액은 1조원 이상이다. 짝퉁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세수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짝퉁 상품 시장 규모는 27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되는 짝퉁 상품의 종류만도 양주, 석유,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분야에서 거래되고 있다.
암시장(Black market) 전문조사 사이트인 '하보스코프닷컴'에 따르면 국내 위조 상품 시장 규모는 세계 11위 수준이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이어 세계 9번째다.
관세청이 최근 5년간 짝퉁 시계와 가방 등의 밀반입을 적발한 건수도 1528건(2조2074억원)에 달한다. 2008년 328건(3407억원), 2009년 325건(7117억원), 2010년 319건(2704억원), 2011년 231건(3371억원), 2012년 225건(5475억원)이 적발됐다. 단속 건수가 가장 많았던 명품 브랜드는 루이뷔통이고, 그 뒤를 샤넬과 구찌, 버버리가 이었다. 금액으로는 닌텐도가 105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롤렉스, 루이뷔통, 까르띠에 순이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장에서 세계 유명 브랜드를 부착한 짝퉁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일본과 미국에서 발표한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의 적발실적에서 한국에서 수출한 물품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급기야 우리나라를 지식재산권 보호가 미흡한 '우선감시대상국가(PWL)'로 지정했다.
이들 짝퉁제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등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퍼져있어 국가 이미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 중구청이 지난해 7월16일부터 이달 4일까지 명동과 남대문 일대에서 적발한 짝퉁 건수는 300여건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특별사법경찰을 대동해 현장에서 짝퉁 적발시 압수가 가능해졌는데 이를 통해 검찰에 송치된 건수만 142건이었다. 3달만의 수치로, 매년 짝퉁 판매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에 1~2건씩은 꼭 걸린다는 말이다.
명동과 남대문 일대에서 '짝퉁 저승사자'로 불리는 정정재 중구청 지역경제과 주임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총 162억원 규모의 위조상품 2만7000점을 적발했다. 정 주임은 "밤 11시 반부터 새벽 3시까지 짝퉁 판매가 가장 성행하며 심지어는 외국인 상대로 호텔 앞에서까지 불법 짝퉁 판매가 이뤄져 단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짝퉁 액세서리의 경우 압수하면 손바닥이 시커멓게 된다. 납 성분 때문이다"라면서 "짝퉁을 구매하는 이들은 싼 값에 명품 브랜드를 쓰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지만 대부분 본드칠이 덜 되어있는 화학약품 덩어리"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왜 짝퉁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걸까.
함인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게오르그 짐멜의 말에 따르면 짝퉁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 시선에 민감한 사람들로 주로 사회적 약자일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획일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소비패턴에도 이런 것들이 나타나는데 그러다보니 짝퉁이라도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개성있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인을 서열화하지 않고 인정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체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의 기준이 다른 사람한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리학적으로는 자존감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남한테 보여지는 모습에서 인정을 받으려 하지말고 꿋꿋하게 자기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어야 짝퉁 소비도 근절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짝퉁이 근절되면 기업에 새로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짝퉁 소비에 대한 불신이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오면서 이같은 기회가 기업에는 새로운 매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며 "경험 결과 신뢰를 얻은 제품들은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자체를 좇는게 아니라 내구성이 뛰어나고 품질이 좋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짝퉁 소비가 단순히 브랜드를 추종한다는 경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예전보다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지면서 짝퉁에 대한 경계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짝퉁 관련 적발이 많은 이유도 소비자들이 짝퉁을 판별해내는 눈이 생긴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명동, 남대문 일대 짝퉁 단속 이후 일대 상인들이 장사가 예전보다 잘된다고 반긴다"며 "짝퉁이 없다면 같은 가격대에 품질좋은 국산 제품을 대신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