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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근혜 정부의 '녹색'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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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근혜 정부가 '녹색' 간판 치우기에 한창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 기조였던 저탄소 녹색 성장과 관련해 정부 각 부처 조직에 도입한 '녹색'이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녹색환경정책관 등 국ㆍ과 3곳의 명칭에서 '녹색'을 삭제하고 이명박 정부 이전에 쓰던 이름으로 돌아갔다. 국토교통부(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산업통상부), 기획재정부 등도 부서 이름에서 녹색을 삭제하는 등 관련 기능ㆍ업무를 축소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이끈 녹색성장위원회는 아예 대통령 직속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하됐고, 이 과정에서 녹색성장기획단이 폐지돼 기능이 대폭 줄었다.
격세지감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녹색' 명칭이 붙은 각종 정책과 행사, 세미나, 포럼 등이 난무했었다. 22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공무원들은 "경제효과가 엄청나고 일자리도 수만개가 창출된다"는 등 마치 녹색 성장만이 우리 사회 미래의 대안인 것처럼 홍보 나팔을 불어댔다. 그랬던 공무원들이 현 정부 들어 와서는 '녹색' 간판 치우기에 급급한 채 아직 개념도 불명확한 '창조경제'에 목을 매달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지향하는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정책의 지향과 내용을 바꾸는 과정에서 과연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있느냐가 문제다. 조변석개식 행정이 가져올 예산 낭비와 혼란은 결국 누구의 부담이 될까. 예컨대 박근혜 정부는 전 정부가 녹색성장연구소ㆍ녹색성장기술연구센터 등 국제기구 설립을 위해 쓴 수백억원의 예산을 그냥 날려버릴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관료 조직이 정책의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채 왔다갔다 하는 것은 공공 부문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신의 성실'과 예측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터무니없는 자조가 우리 공직 사회의 면죄부처럼 회자되곤 한다. 이 말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그래서도 안된다. 이전 정부건 새 정부건 필요한 정책은 추진해야 하는 거다. 새 정부 초기마다 늘 봐온 씁쓸한 풍경, '영혼이 없는 존재'들의 군무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영혼 이전에 자존심을 지키자!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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