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으로 카르텔 허용해 시장경쟁질서 훼손 우려, 대·중소기업간 거래 위축 등 우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협상권을 위임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주요 대기업의 60.8%, 1차 협력사의 56.0%가 각각 도입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이하 협력센터)가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51개사와 이들 기업의 1차 협력사 318개사를 대상으로 한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관련 대기업 및 1차 협력사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중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제 도입 반대 사유는 ▲현행법상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에 대한 제재수단이 충분해서(47.1%) ▲조정협의 신청권과 패스트 트랙(Fast Track)제도 등 기존 납품단가 조정제도의 활성화가 급선무라서(13.7%) 등이다.
1차 협력사들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친 후 도입돼야'(40.6%)가 가장 많았고, '원사업자의 납품단가 조정협의 거부 등 한정된 경우에만 적용돼야'(15.4%) 등 신중한 입장이 56.0%로 우세했다.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제 도입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해 대기업은 98%, 2%, 1차 협력사는 59.2%, 40.6%로 대기업과 1차 협력사 모두 제도 도입의 득보다 실이 크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은 협상권 위임제 도입의 부정적 효과로 ▲카르텔(담합) 허용으로 인한 시장경쟁질서 훼손 및 가격경쟁력 저하(34.3%) ▲시장거래의 정치과정화로 대·중소기업간 갈등과 생산차질 우려(23.5%) ▲경영혁신 유인감소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23.5%)를 꼽았다.
1차 협력사는 ▲중소기업의 경영성과 개선(21.2%) ▲대·중소기업간 상호신뢰·협력 강화(12.5%) ▲납품단가 교섭기간 단축으로 거래비용 감소(6.9%) 등 제도 도입시 긍정적 효과 보다 ▲한계기업 주도의 가격결정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납품기회 축소(20.8%), ▲시장거래의 정치과정화로 대·중소기업간 갈등과 생산차질 우려(18.7%) ▲경영혁신 유인감소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10.4%) 등 부정적 효과를 더 많이 지적했다.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제 도입시 이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대기업들은 협상권 위임이 발생되지 않도록 기존제도를 활용해 사전예방에 힘쓰겠다는 의견이 10곳 중 9곳(90.1%)에 달했다. 1차 협력사들은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제를 '활용하지 않겠다'(52.9%)는 의견이 '활용하겠다'(46.9%)는 응답보다 6.0%p 더 높았다.
협력센터는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제가 오히려 대·중소기업 간 거래를 위축시키고,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징표"라고 분석했다.
한편 1차 협력사들은 '조합에 협상권을 위임하지 않고 원사업자와 개별 협의하겠다'(29.6%)와 '하도급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근거를 명시하겠다'(23.3%) 등 납품단가 협상권 위임제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2.9%)에 달했다.
양금승 협력센터 소장은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으나, 중소기업 사업자단체에 협상권을 위임하게 되면 제도적으로 카르텔이 허용돼 시장경쟁질서가 훼손되고 대·중소기업간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리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손실이 이득보다 큰 만큼 이러한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입법과정에서 신중한 검토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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