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닥공(닥치고 공격)' 기업으로 무섭게 변신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원 기자, 김종일 기자] '철밥통의 창조적 파괴.'
무사안일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시장 속으로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수익성을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국민 편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상은 급변한다. 낡은 것은 죽고 새로운 것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착한 기업'과 '능력 있는 회사'를 동시에 원한다. 경제민주화와 효율을 함께 요구한다. 공기업들이 철밥통을 깨고 나선 배경이다.
사회공헌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면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농어촌공사 등 국내 대표 공기업을 소개한다. 거대한 몸집의 공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서기 위해 단행한 경영혁신과 책임경영의 사례를 모았다. 창조적 혁신을 뒷받침하는 경영 비전을 함께 다룬다.
◆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close 증권정보 036460 KOSPI 현재가 36,900 전일대비 150 등락률 -0.40% 거래량 198,269 전일가 37,050 2026.04.22 15:30 기준 관련기사 [클릭 e종목]"한국가스공사, 긴호흡의 접근 필요" [클릭 e종목]"한국가스공사, 쉽지 않을 배당 확대" [특징주]상법 개정에 요금 오를까…한전·가스공사 강세 , 해외 자주개발률 높여 기업가치 30兆 목표
'좋은 에너지, 더 좋은 세상'이라는 기업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사장 주강수)는 2017년까지 중장기 비전 및 전략을 수립했다. 현재 10% 미만인 자주개발률은 25%로 높이고, 해외 사업 비중은 30%대에서 60%로 확대하고, 생산성은 40%대에서 100%로 향상시킴으로써 기업가치 30조원의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가스공사는 해외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중동 위주의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동북아 가스 자원 개발 및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천연가스에 한정됐던 자원 확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석유는 물론 비전통가스인 석탄층가스, 셰일가스, 치밀가스 등 에너지원 다원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가스공사였다. 특히 가스공사의 해외 사업은 기존 LNG 도입ㆍ판매 위주에서 직접 개발 방식으로 전환돼 왔다. 자원 탐사ㆍ개발 사업 등 천연가스 상류 부문으로의 해외 사업 진출에서부터 해외 LNG 터미널 및 배관망 사업 등 중ㆍ하류 부문으로의 진출을 꾸준히 모색한 결과다.
가스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인해 눈덩이로 부푼 '미수금'이다. 또 국내외 각종 투자 소요 사업을 정부 출자 없이 자체 조달로 추진하다보니 다른 공기업 대비 부채비율이 높고 재무 건전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의 회수가 더 지연되고 외부 차입이 늘어날 경우 올해와 내년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우선 연료비 연동제 재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루빨리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미수금 회수 확정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연료비 연동제를 가정한 상황에서도 현재의 정산 단가로 미수금 회수를 완료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민의 추가적인 부담 없이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수금 유동화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또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도시가스 열량제 개선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을 통해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27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수력원자력, 안전·투명성 UP…업무 프로세스 경영 구축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른 직원이 투명하게 지켜본다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균섭)은 정직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 경영(BPMㆍBusiness Process Management)'을 구축 중이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부서 간 정보 공유로 이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한수원은 구매ㆍ자재, 품질 관리 등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및 경영 투명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분야에 가장 먼저 BPM을 도입하기로 했다. 비리 잠재 요인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에서다.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므로 절차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원전 기자재에 대한 감시ㆍ통제도 강화했다. 추적 관리 IT 시스템을 도입해 기자재 표면에 일련번호(QR코드) 또는 식별표를 부착해 입고에서부터 폐기, 반출까지 모든 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수원은 경력직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고 내부 인사 제도도 뜯어고쳤다. '인사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원전본부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혔다. 과거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를 없애고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목표관리(MBOㆍManagement By Objective)에 따른 성과 평가 제도와 함께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승진 심사제를 도입했다. 기존 추천 승격제는 폐지했다. 한 사업소에서 20년 이상 장기 근속하는 관례도 없애고 전 직원의 순환 보직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없애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부서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 처ㆍ소별 정례 소통 회의를 열고 팀끼리 브라운 백 미팅을 장려한다. 브라운 백 미팅은 각자 점심을 싸와서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간부의 재실 여부를 모든 직원이 볼 수 있게 하던 '재실등' 불도 꺼졌다. 재실등은 간부의 퇴근 여부를 확인하는 '눈치보기식 퇴근 문화'를 조장했다.
김균섭 사장은 "가장 역점을 뒀던 인사시스템 개혁 이후 공공연하던 인사 청탁 관행이 사라졌다"면서 "직원들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또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인명피해율 감축·국민 안전의식 향상 주력
'가스 사고 인명피해율 50% 감축, 기업 지원 사업 50% 성장, 국민 안전 의식 50% 향상, 6대 정보서비스 100% 달성.'
우리나라 가스안전을 책임지는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전대천)가 지난해 창립 38주년을 맞아 내놓은 새 비전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새 정부 국정 비전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예방 중심의 선제적 대책 '국민행복 가스안전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올해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로 가스 사고 인명피해율을 전년 대비 5% 감축(지난해 8.4명→올해 8.1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가장 큰 현안으로 부각된 독성가스 안전관리 체계 강화, 소외계층과 취약 시설에 대한 안전 지원 확대, LPG 사용 시설 안전관리 강화 등의 45개 과제를 선정하고 제도 개선 및 현장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둘째로는 가스용품 해외 인증 지원, 해외 진출 업소 안전진단 지원, 가스제품 생산 업소의 기술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해 국내 가스업계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2조1723억원이었던 해외 수출 지원 성과를 올해는 10% 이상 증대하기 위함이다. 셋째로 국민 안전 의식을 3.4%(64.7점→66.9점) 향상시키기로 했다. 가스 사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용자와 공급자의 '취급 부주의'라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가스 관련 창업지원센터, 고압가스 통계 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 고압가스배관 굴착 정보 지원 등 가스안전 고도화를 위한 6대 정보 제공 사업도 동시에 추진한다.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인 서민층 LP가스 시설 무료 개선 사업은 올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등 소외계층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총 16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7만8900여가구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정부 청렴도 조사 종합청렴도 부문에서 최우수 기관이 된 가스안전공사는 올해도 명예를 유지하고 부패행위 제로를 위한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모든 임직원이 윤리ㆍ청렴 실천 서약을 하고 청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청렴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업용수·생산기반 관리에 4조2000억원 투입
한국농어촌공사(사장 박재순)는 올 한 해 농촌 용수 관리와 농업 생산기반 관리, 농지은행 등 주요 사업을 펼치기 위해 총 4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농어촌공사는 우선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논밭 상호 전환이 가능하도록 용배수로를 정비하기로 했다. 용배수로 정비를 비롯한 농지범용화사업을 통해 맞춤형 기반조성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1527지구 10만1000ha에 수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농업 생산기반 관리를 위해 전국 곳곳의 간척지에 첨단원예단지와 채종단지, 친환경 축산단지 등 수출형 미래농업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유휴농지는 재정비해 귀농ㆍ귀촌인에 대한 농지 지원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어민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농지연금 담보가치 산출기준도 현실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되는 농지연금액을 감정평가방법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럴 경우 고령 농업인들이 실제로 지급받는 연금액이 상당 수준 늘어나 노후생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어촌공사는 또 해삼양식단지 조성 등 수산업과 연계한 귀어ㆍ귀촌마을 조성과 내수면 목장화 사업 등을 통해 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2021년까지 국내 곡물소비량의 35%인 195만t을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농업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다각화한다.
박재순 사장은 "농어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균형발전, 농어민 생활안정을 위한 적재적소에 사업비를 합리적으로 분배해 농어촌개발 전문 공기업이자 농어업 안전망으로서 핵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농어촌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식량안보 체계 구축, 수산업 신성장동력화,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 혁신 등 새 정부의 공약 이행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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