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내정자는 이날 점심께 사퇴의사를 청와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전 7시께만 하더라도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취임식 보다는 업무파악이 먼저"라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자진 사의를 표명하자 황 내정자가 대표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처리 문제 등으로 물러났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지분을 처리했을 경우 주성엔지니어링 경영권 방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황 내정자는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25.5%를 보유하고 있다. 부인 김재란씨도 회사 주식 1.8%를 갖고 있다. 금액으로는 황 중기청장이 695억원, 부인이 48억원 가량이다. 형인 황철두씨도 0.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황 내정자를 제외한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요 기관은 NIKKO BNY MELLON EMERGING MARKETS MID-SM(지분 1.5%), 한국산업은행(0.8%),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0.2%), 증권금융(0.2%) 등이다. 나머지는 개인투자자가 보유 중이다. 황 중기청장의 지분 매각 후 자칫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최근 주가 급등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뛰면서 누군가 황 대표의 내정 사실을 사전에 알고서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가조작 근절' 발언과 맞물리면서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황 내정자와 대기업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반도체 장비 업체 경영자로서 삼성전자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특히 2010년 삼성전자의 7대 상생협력 실천방안에 대해 '사급제도는 결국 협력업체들이 인건비만 따 먹으라는 얘기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