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난리에 자유전공학부 겉돈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에 있는 주요 4년제 대학들이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한 지 4년이 돼 이달 말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경제·경영학과 등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등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2009년 각 대학의 법대가 없어지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등장하면서 신설됐다. 폐지된 법대 정원을 자유전공학부가 흡수하는 방식으로, 현재 20여개 대학이 운영 중이다. 자유전공학부 신입생들은 1년 동안 여러가지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학문'을 공부한 뒤 주로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한다.
그러나 '통섭ㆍ융합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선택 시 취업에 유리한 경제·경영학과를 선호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이나 각종 고시 준비반으로 성격이 변질된 경우도 있다.
서울대가 2010년 1학기부터 2013학년 1학기까지 7학기간 학생들의 누적 전공 선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851명 학생 가운데 경제학과를 선택한 학생이 전체 22%인 187명, 경영학과는 17%인 147명이었다. 전체 약 40%의 학생들이 경제·경영학과를 선택한 것이다. 이어 정치외교학부는 90명, 자연대 생명과학부는 53명 등이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의 경영·경제학과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부터는 신입생 정원의 3분의 1만 같은 전공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고려대도 사범대를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영 및 경제학과를 선택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아예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각종 고시에 대비하기 위한 '고시반' 성격으로 변질된 사례도 있다.
성균관대는 자유전공을 글로벌리더학부로 개편하고, 학생들의 학업기간 동안 행정, 입법 등의 고시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한양대 정책학과 역시 학교에서 각종 고시 강의 등을 지원해주고 재학생들은 모의형사재판, 행정고시 스터디 등의 활동을 한다. 중앙대 역시 자유전공학부를 1년만에 공공인재학부로 전환해 로스쿨과 행정고시 등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확 늙는 나이 따로 있었다…"어쩐지 체력·근력 쭉...
다만 서울대가 자유전공학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다른 대학과 달리 '학생설계전공'을 운영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들이 스스로 2개 이상의 학과를 융합해 자신만의 새로운 전공을 만들도록 하는 제도다. 이 학생설계전공은 현재까지 총 40명이 선택했다. 법사회학, 인지생물심리학, 인문소통학, 시각문화학 등 다양한 전공이 학생들의 참여로 개설됐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자유전공학부가 학생들에게는 인기 학과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에서는 로스쿨이나 각종 고시대비반 성격으로 변질됐다"며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대의 '학생설계전공'과 같은 특색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