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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뒷거래에 '금고은행 따내기'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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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 주면 당신네를 창구로 써주겠소"

은행 수십조원 관리하지만…결국 과당경쟁에 수익성 타격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금고(金庫)은행을 선점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이 금고은행 선정을 명목으로 은행에 거액의 기부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금융기관간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과당 경쟁은 곧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농협은행을 제치고 부산시 부금고 은행에 선정됐다. 부산시는 당시 부금고 은행 선정과정에서 지자체 출연금에 대해 가점을 줬다. 국민은행은 100억원의 출연금(기부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도 출연금을 제시했지만 액수(57억원)에서 밀리면서 탈락했다. 국민은행이 제안한 금리우대 혜택까지 포함할 경우 부산시 부금고 운영과 관련해 국민은행은 4년간 2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광주시 부금고 입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재연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복수체제가 된 광주시 금고에서는 부금고 은행에 국민은행이 농협은행을 꺾고 선정됐다. 출연금 액수가 정확히 공개되진 않았지만 주변에선 거액의 출연금을 약속했을 것이란 후문이다.

이에 앞서 2011년 우리은행은 서울시 금고로 재선정되면서 4년간 15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청계천 이주상가로 개발된 송파구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 분양자 대출금리도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대폭 완화시켰다. 신한은행은 인천광역시 금고 유치를 위해 아시안게임 유치지원, 도시축전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면 지자체의 예산 계좌를 관리하게 된다. 금액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른다. 소속 공무원들은 물론 유관기관 등 우량 고객들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금고 선정을 거액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통로로 인식하면서 금고 은행 선정은 출연금 경쟁으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시금고나 도금고 선정이 일종의 머니게임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금고은행은 각 지자체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선정 기준의 평가 요소는 주로 금융회사의 안정성 항목이 크지만 사실상 지자체들이 출연금이나 협력사업비의 액수에 따라 금고은행을 선정하는 추세다. 일부 지자체들은 은행 간의 경쟁을 고의적으로 부추겨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이 곧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우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돈을 퍼부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내년 예정된 서울시 금고 은행 선정은 벌써부터 은행권의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서울시는 예산규모가 24조 원에 달하고, 상징성도 크다. 서울시는 공개입찰 전환과 함께 금고 은행을 복수로 선정할 방침이어서, 전체 출연금액이 우리은행이 출연했던 1500억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지도공문을 발송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다.

금감원은 "최근 들어 일부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선정과 기관ㆍ단체 입점은행 선정 등에서 역마진이 초래될 정도의 과도한 출연금 또는 임차료를 제안하고 있다"며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과 지자체간의 사적 거래를 금감원이 규제할 방도는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 선정 과정이 자율경쟁으로 바뀌면서 지자체가 기여금을 놓고 금융기관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라며 "금융기관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금 출연을 약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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