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송제기, 5월 첫 공판··소송규모 7000억원대서 4조원대로 껑충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선대회장 자녀들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결론만을 남겨뒀다. 올해 2월 7000억원대로 시작한 소송은 어느새 4조원대로 덩치를 불렸다. 첫 공판이 열린 5월 말을 기점으로 장장 8개월만인 내년 1월 법정 다툼의 승자가 가려진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 등이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등을 청구한 소송의 최종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양측은 이미 세상을 떠난 선대 회장의 속내와 재산이 상속대상인지 여부을 두고 막바지까지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다.

이맹희 측은 이날 최종 변론을 진행하며 “이건희 회장 측이 가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과 그 배당금, 에버랜드가 가져간 삼성생명의 차명주식과 배당금까지 모두 4조 849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맹희 측 변호인은 “왜 공증까지 마친 유언장은 내놓지 않고 긴급 사장단회의를 통해 이 회장을 경영권 승계자로 추대했느냐”며 “선대회장은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마저 바꿨었다”고 강조했다. 차명재산으로 상속된 재산은 선대회장의 자녀들이 나눠가질 공동상속 재산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 측은 그러나 “선대회장의 유지는 삼성그룹의 발전을 위한 통합경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이 회장에게 단독상속하기로 한 것으로 서류작성조차 필요없던 것”이라며 “법정상속분대로 상속이 이뤄졌다면 오늘의 삼성은 없었다”고 맞받았다. 이 회장 측은 이어 “이미 선대회장 생존 당시 후계체제를 견지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나머지 형제들에 대한 분재가 이뤄졌다", "2008년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당시 차명재산의 존재를 이미 알았을 것"이라며 더 이상 나눠줄 것도 없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한도 이미 지났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맹희 측은 또 증권예탁결제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주주명부 등을 토대로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특검 당시 드러나지 않은 주식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맹희 측에 따르면 상속이 시작될 당시 131만주 규모였던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이후 유상증자를 거쳐 실명전환이 이뤄진 2008년 말 224만주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맹희 측 변호인은 “이 회장은 상속재산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고서 몰래 갖고있던 것”이라고 강조하고, ‘더러운 손 원칙’을 인용해 “이 회장 측 주장은 ‘오래 감추고 있었으니 내 것’이라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더러운 손 원칙’이란 불공정한 행위를 한 자가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영미법상의 논리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차명주식은 필수였고 이미 단독상속과 타자녀들에 대한 생전분재가 이뤄진 뒤 뒤늦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25년간 일군 삼성의 발전 성과를 가로채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맹희 측은 “이 회장은 지금도 2.94%에 불과한 지분을 갖고서 순환출자구조로 삼성을 지배하고 있다”며 이 회장 측 논리를 맞받았다.


이 회장 측은 또 “이맹희 측이 주장하는 차명주주 68명 중 45명도 이미 보유주식이 한주도 남아있지 않는 등 이를 입증할 증명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에버랜드가 지닌 삼성생명 주식은 이 회장이 따로 챙긴 차명주식 몫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에버랜드 주식매수는 진정한 것으로 배당 등 주식 소유자로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변론을 종결한 뒤 소송이 제기된 2월로부터 11개월만인 내년 1월 23일 서울법원종합청사 466호 민사대법정에서 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심리를 진행한 서창원 재판장은 “치열한 사실·법리 공방이 오갔고 사실상 선례가 거의 없어 여러모로 검토가 필요한 재판이었다”고 운을 뗀 뒤, “평범한 법관으로서 첫 주석서부터 다시 읽어볼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서 재판장은 이어 “모든 재판과정이 공개되었으니 의구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주어진 시간 동안 충실한 검토를 거쳐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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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규모도 규모거니와 재판 초창기부터 큰 관심을 받아온 만큼 그간 이뤄진 재판을 처음부터 돌아보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판결을 내놓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편 소송 인지대만 1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소송은 앞서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생명 상장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회장을 상대로 4조 70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집단소송 이후 국내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소송이 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피고는 이 회장, 원고측 대리인은 법무법인 화우였다. 이 회장은 앞선 집단소송에서 패소해 지난해 1월 60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서울고법 판결을 받아들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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