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킴벌리클라크사는 지난 10월 유아용기저귀 ‘하기스’ 사업을 크게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에 유럽 지역업체들과의 경쟁으로 가격인하 압력도 커졌기 때문이다. 독일 제약기업 머크는 스페인 정부의 보건예산 지출 축소 여파로 스페인 지사 인력 20%를 감원했고, 영국 외식업체 컴퍼스그룹은 포르투갈 정부의 고속도로통행세 인상으로 교통량이 줄면서 휴게소 레스토랑 사업을 접었다. 또 알루미늄생산업체 알코아와 프랑스 소매체인 PPR도 남유럽 사업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철수할 예정이다.
스페인·이탈리아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독일 시멘트펌프 제조사 푸츠마이스터의 노르베르트 쇼이흐 최고경영자는 “기업들이 사업을 확대하려면 인구가 늘고, 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탄탄한 정부예산지출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모두 이 조건에 미치지 못하며 향후 몇 년 안에 나아질 기미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투자 철회는 각국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 브레시아대학교의 마르코 무티넬리 교수는 “이탈리아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은 전체 고용의 10%, 전체 산업 연구개발(R&D)비용 지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남유럽의 경기침체가 고질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유럽의 경우 한때 호황을 구가하던 석탄산업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1970~1980년대 장기실업난에 시달렸던 전례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리 다이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경제전문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로컬 기업들보다 R&D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한다”면서 “이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로컬 기업들이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우며, 이는 개별국가의 장기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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