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신흠(1566-1628)의 '술 먹고 노는 일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술 먹고 노는 일을 나도 그른 줄 알지마는
신릉군 무덤 위에 밭가는 꼴 못 보았나
백년이 역초초하니 아니 놀고 어쩌리

신흠(1566-1628)의 '술 먹고 노는 일을"

■ 어려운 시절이었다. 광해군 때 계축옥사로 춘천에 귀양갔다가 인조 반정 때 정승으로 복귀했던 이 분은, 시비가 많은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정치적으로 베팅을 해야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조선 중엽의 4대 문장에 꼽힌 지식인 신흠이, 술 먹고 노는 일을 변호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신릉군은 전국시대 사람으로 제후들이 그 현명함을 존경하여 그의 위나라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대단한 지식인인데, 왕의 쓰임을 받지 못해 술 먹다가 술병으로 졸하셨다. 죽고 나서 오래 되니 무덤이 흩어져서 그 위에 농부들이 쟁기를 꽂아밀며 밭을 간다. 백년이 풀더미처럼 지리멸렬하니 좀 놀잔 말이다. 허무에 바탕한 낙천주의는, 옛 명문장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보다 더 뼈아픈 진리도 없을텐데, 죽어 흙먹을 건가, 살아 술먹을 건가를 물으면 대답이 간단해지지 않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