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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 이름 모를 이의 '부채 보낸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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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보낸 뜻을 나도 잠깐 생각하니/가슴에 붙는 불을 끄라고 보냈구나/눈물도 못 끄는 불을 부채라서 어이 끄리

■ 시조라는 장르는 짧아서 외워 읊기 좋은 것이다. 하지만 말을 줄이고 아끼느라 행간에 많은 사연들이 숨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얼핏 읽으면 맨숭맨숭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먼 곳의 정인(情人)이 부채를 하나 보냈다. 여름이면 더워서 보냈다고 하겠지만 추운 겨울에 보냈다면 이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사무치는 마음에 잠도 못 이루고 달려오고 싶은 마음을 견디느라 속이 꽃불처럼 확확 돋으니, 겨울에도 여름처럼 뜨겁습니다. 그대도 내 마음 같다면 이 부채가 필요하겠지요? 이녘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보낸 물건이다. 그러자 이 무명씨는 한 수 더 뜬다. 저는요, 날마다 당신 그리워 눈물을 이리도 흘리는데 그 불이 안 꺼지더이다. 그런데 부채로 어찌 끄겠습니까? 부채 사내가 날린 잽에 눈물 여인이 어퍼컷을 날려 완승을 거둔 셈이다. '보고싶기' 경쟁을 하던 저 장거리사랑들이 요즘은 천연기념물이 됐다. 그놈의 폰과 동영상, 차와 비행기들이 박음질처럼 오가도 사랑의 총량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 희한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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