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을 산업계에서 호령하는 삼성과 애플은 특허전에서 올해 일진일퇴 공방을 펼쳤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내려진 배심원 평결에 대해 삼성이 배심원장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단 한마디로 경박하다고 지적했다. 공룡급 두 대기업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엄정한 논리를 떠난 감정적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특허전이 정도를 벗어나 왜곡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겠다.
복지가 국가 대계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복지 못지않게 중차대한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어야 한다. 만약 이 상태에서 투표장에 들어간다면 아마도 대권주자의 얼굴과 주위에 포진한 대권 캠프 구성원들의 성향만을 보고 한 표를 던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인 흐름, 시대적 대세의 하나가 융합이다. 비단 학문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 어느 분야든 각기 발전할 만큼 발전해서 분야 간 융합적 노력 없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기 힘든 21세기를 살고 있다. 과학기술이 지난 150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고 우리 생활 전반의 향상을 가속화시켜 왔다. 세계 선진 각국들이 이런 상황을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향후 20년, 30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 진입의 요건 중 하나가 될진대 이 같은 사회적 융합과 국가 발전대계의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벼운 슬로건, 유권자의 입맛만을 맞춘 듯한 공약을 길거리에 내거는 대권 주자들의 행태를 의식 있는 국민들이 좋아 하겠는가. 길거리 현수막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의 평균치를 드러낸다. 그것이 바로 국격이다. 대선후보들은 거리의 현수막에서부터 대선의 중량감을 더 높여주길 기대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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