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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현수막에 실린 달콤한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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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처럼 길거리에 대선공약 현수막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모습은 처음인 듯싶다. 마치 지난 총선을 연상케 한다. 주요 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현수막 공약들을 읽다 보면 거기에는 분명한 흐름이 파악된다. 내년부터 무엇 무엇을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이란 점에서 확실히 일관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내용에 무게감이 없다는 점이다. 민생문제들을 짚었으나 대개 말초신경 자극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총선 구호도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다. 그런 구호들을 길거리에 서서 유심히 들여다보는 유권자들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가에 펼쳐지는 광경의 하나로 현수막들을 스쳐 지나간다.

디지털 세상을 산업계에서 호령하는 삼성과 애플은 특허전에서 올해 일진일퇴 공방을 펼쳤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내려진 배심원 평결에 대해 삼성이 배심원장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단 한마디로 경박하다고 지적했다. 공룡급 두 대기업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엄정한 논리를 떠난 감정적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특허전이 정도를 벗어나 왜곡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겠다.
차창를 통해 바라다 본 이번 대선의 세계도 그렇다. 공약은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국가 대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액션 플랜 아이템 수준의 대선 공약을 내걸어서는 유권자들의 실망만 자아낼 뿐이다. 실행 항목들은 대부분 복지에 관한 내용들로 일관한다. 후보마다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현수막 내용들이 아무리 현란해도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다. 유권자들은 복지정책이 불가피하게 수반할 역작용은 없는지, 후보들이 그런 것들을 감추고 있지는 않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복지가 국가 대계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복지 못지않게 중차대한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어야 한다. 만약 이 상태에서 투표장에 들어간다면 아마도 대권주자의 얼굴과 주위에 포진한 대권 캠프 구성원들의 성향만을 보고 한 표를 던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인 흐름, 시대적 대세의 하나가 융합이다. 비단 학문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 어느 분야든 각기 발전할 만큼 발전해서 분야 간 융합적 노력 없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기 힘든 21세기를 살고 있다. 과학기술이 지난 150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고 우리 생활 전반의 향상을 가속화시켜 왔다. 세계 선진 각국들이 이런 상황을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향후 20년, 30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 진입의 요건 중 하나가 될진대 이 같은 사회적 융합과 국가 발전대계의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로의 회귀 조짐이다. 흔히 냉전시대는 공산권 몰락으로 끝났다고 말한다. 그것은 오산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전기, 수도, 가스 등 국가기간망을 조종하고 심지어는 마비시킬 수도 있는 시대다. 이에 대한 신호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미 나타났다. 이를 포함하는 새로운 국가 안보전략에 대한 대계도 내놔야 한다.

가벼운 슬로건, 유권자의 입맛만을 맞춘 듯한 공약을 길거리에 내거는 대권 주자들의 행태를 의식 있는 국민들이 좋아 하겠는가. 길거리 현수막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의 평균치를 드러낸다. 그것이 바로 국격이다. 대선후보들은 거리의 현수막에서부터 대선의 중량감을 더 높여주길 기대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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