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북한 주민이나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해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이란 세법이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소득세와 법인세에 해당되는 기업소득세가 있고,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영업세가 존재한다. 과세 체계와 속성이 우리와 유사하다.
냉정하게 경영 측면으로만 따져보자. 인건비가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인데다 법인세 세율도 절반 밖에 안 되는데, 노동의 질이 괜찮고 언어장벽마저 없는 곳이 지구상에 어디 또 있을까. 수도권 소재 기업이든, 개성공단 기업이든 차이가 거의 없는 그릇 등 경공업 제품을 만들어 서울 유명 백화점에 내다 파는데 어디에 공장을 세워야 이득일까. 개성공단에서 만들어 파는 게 훨씬 유리하다. 물론 전쟁이 날 경우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리스크야 감수해야겠지만.
세무조사 관점에서 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이 100% 감면을 받은 지난 5년 동안의 회계처리 기준과 그 이후 기준이 '급격하게 다른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은 속성상 세금을 감면받는 동안에는 이익을 많이 낸다. 이익에 관계없이 세금을 100% 감면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면 폭이 50% 또는 그 이하로 낮아질 경우 이전 사업연도보다 소득 금액을 줄이려 든다. 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원가 과대계상이다. 북한만이 아닌 대다수 국가가 기업의 이런 행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를 국제적으로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세제라고 한다. 북한 과세당국도 기업의 이 같은 절세 전략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할 정도의 실력은 있을 것이다.
세금이 갑자기 많이 부과될 경우 북한의 사법구제 절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사법부가 노동당의 지휘감독을 받는 곳이라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판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과세 당국이 만나 문제를 합리적으로 푸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경색된 남북간 정치군사 관계로 미뤄 만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남북이 해당 물품의 가액에 대해 서로 사전에 합의(Advance Pricing Agreement)를 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북한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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