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취직, 결혼 등 중요한 변화에는 친한 친구보다는 먼 지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른바 '약한 연결(weak tie)' 이론이다. 친한 친구들일수록 동질성이 크기 때문에 내가 구직 중이면 내 친구도 구직 중일 것이고,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 친구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한 공통적인 사회 배경, 관심사가 나와 친구 간의 공통 연결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어디 좋은 사람 없어?"라고 물어봤자 친구도 본인의 좋은 사람 찾기에 바쁜 나머지 나한테 누구를 소개해 줄 여력이 없는 거다. "좋은 직장 없어?"라고 물어봤자 친구가 아는 범위가 내가 아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고.
패스트패션 선두주자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의류업계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도요타의 납기단축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멋진 디자인이나 천연 소재의 옷감이 의류업계의 정설일 때 자동차업종의 빠른 납기와 기술 혁신을 배우고자 했던 그의 식견이 유니클로 전설을 만든 것이다. 2주마다 바뀌는 상품라인, 첨단소재의 제품은 의류업보다는 자동차업계에서 더 익숙하지 않은가.
현대카드가 매년 임직원을 동원해 인사이트 트립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절대 금융회사를 벤치마킹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신문사, 고급호텔을 방문하고, 살림의 제왕 마샤 스튜어트를 만난다. 고급호텔을 통해 서비스정신을 배우고, 신문사를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 방법을 찾는다. 살림의 제왕을 만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카드사를 만들었고, 적자를 면치 못하던 후발주자가 몇 년 만에 업계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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