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당장 찾아줄 수 있나요?"…시청역 유실물센터 가보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시청역 유실물센터, 시민들 '황당' 요구에 직원들도 골머리

▲ 시청역 유실물센터 직원 이석주씨(좌)와 최영숙씨(우)가 계속 걸려오는 유실물 신고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 시청역 유실물센터 직원 이석주씨(좌)와 최영숙씨(우)가 계속 걸려오는 유실물 신고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1."거기 유실물센터죠? 방금 사당역에서 가방을 놓고 내렸는데요. 색깔은 갈색이고 안에 우산이랑 커피믹스가 들어있어요"

#2."강남역에서 쇼핑백을 노인석 선반 위에 놓고 내렸는데요. 직원분이 바로 내려가서 찾아주실 수 있나요? 차량번호는 XXXX, 6-3칸이에요. 내린 시간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고요"
지난 1일 오전 10시. 서울 시청역 유실물센터에는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들로 무척이나 분주한 모습이었다. 방금 지하철에서 놓고 내린 물건들과 간밤 사이 잃어버린 물건들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홈페이지에 등록된 유실물 현황을 보고 찾으러 오겠다는 전화도 있었다.

유실물 접수 업무를 맡고 있는 센터 직원 이석주(52) 씨는 "하루 100여건의 분실신고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아무래도 휴대폰이나 전자제품 분실이 가장 많고, 가방, 우산, 서류가방, 쇼핑백 등도 많이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시청역 분실센터에서는 서울 지하철 2호선과 1호선 중 서울역에서 청량리역 지하구간에서 잃어버리는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다. 센터 한쪽에 자리한 유실물 보관창고에는 등산가방, 종합선물세트, 김, 한약, 쇼핑백, 운동기구, 자전거 등의 물건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심지어 틀니나 안경알, 장갑 한 짝 등 소소한 소지품들과 새것으로 보이는 삽 한 자루도 눈길을 끌었다.
▲ 조영숙 센터장이 창고 내 보관된 유실물들을 보여주던 중 삽 한 자루를 들어보이고 있다.

▲ 조영숙 센터장이 창고 내 보관된 유실물들을 보여주던 중 삽 한 자루를 들어보이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씨는 "평소에 자신이 타는 역 위치나 물건을 놓아둔 위치를 습관적으로 알아두고 있으면 만에 하나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가 하차한 역과 시간을 물으면 오히려 "요즘에 그런 거 기억하면서 타는 사람이 어딨냐"며 발끈하는 시민들이 있다. 급하니 당장 직원을 투입시켜 지하철 전 칸을 다 확인해달라고 성화를 부리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지 며칠이 지나서야 아무래도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며 CCTV를 확인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내린 지 5분밖에 안됐는데 물건을 못찾는 게 말이 되냐며 메트로 측에 변상을 요구한 경우도 있다.

반면 지하철에서 내린 정확한 시각과 차량번호, 칸수를 정확히 알고 있을지라도 누군가 그 물건을 이미 가져간 경우에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의 하루 이용자수가 250만명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영숙 센터장은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실시간으로 접수가 되면 직원들이 바로 내려가 픽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물건이 그 자리에 없으면 주워간 사람이 센터로 접수를 해오지 않는 이상 찾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공고된 내용을 보고 찾아온 시민이 진짜 주인인지 확인하는 작업도 꽤나 까다롭다. 금이나 현금인 경우 '내가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동시에 여럿이 나타난다. 값이 싼 우산도 마찬가지다. 3000원짜리 비닐우산이라고 할지라도 물건에 이름이 써져 있지 않은 이상 본인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조 센터장은 "두고 내린 쇼핑백이 비닐인지 종이인지, 색상은 어땠는지 등 자세한 특징들을 기억해두고 내용물에 대한 정보가 보관된 물건의 특징과 일치해야 한다"며 "지갑이라면 현금이 남아 있을 확률이 적다는 것과 유실물인 게 쉽게 티가 나는 노인석 쪽 선반에 놓고간 물건은 찾기가 더 어렵다는 점도 알아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청역 유실물센터 내 보관된 물건들이 주인에게 인도되는 경우는 약 14%정도로 보관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물건들은 경찰승인을 거쳐 사회복지단체 등에 무상으로 넘겨주고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 내 유실물센터는 시청역(1·2호선), 충무로역(3·4호선), 왕십리역(5·8호선), 태릉입구역 (6·7호선), 동작역(9호선) 등 5곳이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장인서 기자 en1302@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