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돌출한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는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다. 선거판이 박ㆍ문ㆍ안의 3각 구도로 짜였을 때만 해도 세간의 기대는 높았다. 박근혜ㆍ 문재인 후보가 그 같은 국민적 여망을 모를 리 없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까지 가세했으니 이번만은 뭔가 달라지리라 믿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ㆍ안 후보 간 '단일화' 논란은 안개 속 대선판을 한층 미궁에 빠트렸다. 결정의 날이 코앞인데도 선거의 출발점인 '경쟁 구도'가 불명확한 기형적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링에 누가 오를지, 몇 명이 오를지 모르는데 무슨 말이 귀에 들어 오겠는가. 몇 달째 큰 변화가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 증거다.
단일화를 안 한다면 얘기할 것 없다. 하겠다면, 두 후보는 당장 논의를 시작하는 게 옳다. 시간을 따져보면 지금도 늦었다. 단일화만 하면 당선이 확실하니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하니까 하는 식의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논의를 회피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오만이다.
마침 어제 문 후보 측에서 단일화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안 후보는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시간 끌 것 없다. 진정 유권자를 생각한다면 빠르게 '단일화 블랙홀'을 제거하고 심판대에 올라서야 한다. 내일이 벌써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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