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는 아내의 책망,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한 남편의 대답 사이에는 그저 '소통'을 하겠다는 의도 외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동안 단절됐던 대화를 이어가려는 노력이요, 어떤 말이라도 주고받으면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몸짓이다. 말을 섞지 않기 시작하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할까.
그는 가정에서도 면목이 서지 않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회사의 미래를 자신있게 그릴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점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업종도 그렇지만 유독 건설사들의 여건이 좋지 않아 더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 또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인해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입장이다. 대규모 자금을 먼저 투입해 땅을 사들인 이후 투입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적어도 5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경영위험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예측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뛰어들었던 중견기업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 왔으니 어찌보면 미래가 우려스러운 게 자연스럽기까지 하다는 말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들마저 매출감소를 경험할 정도로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인 '성장'이 위협받는 시대가 됐다.
더욱이 주택 공급자와 소비자 간 갈수록 높아가는 불신의 벽은 위험을 배가시킨다. 계약을 해놓고도 입주 때가 되면 다른 행동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분양 당시 약속한 바와 달라 시정을 요구하는 정상적인 것과 달리 트집을 잡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나름의 논리가 있으나 작은 부분을 부풀려 집단 떼쓰기에 들어가고 이는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입주거부 등의 소송으로 연결되면서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건설사 임직원들은 10월 말에 접어들어, 내년 살림살이를 계획하면서 안팎의 상황으로 볼 때 '시계를 가늠할 수 없다'는 말을 되뇌고 있다고 말한다.
가정에서건 회사에서건 장삼이사들은 녹록잖은 현실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피할 수 없다. 제갈량처럼 바람의 방향이, 경기 상황이,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분야가 어떻게 바뀐다고 예측할 예지력도 없으며, 집안이나 회사에 현금다발을 숨겨 놓지도 않았으니 한계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고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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