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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 세상엔 없는 멀쩡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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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 1-2회 JTBC 토-일 오후 8시 50분
한 지붕 아래, 지척에 3대가 모여 산다는 설정부터가 제목을 배반하는 <무자식 상팔자>는 그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잉태하고 있다. 팔십을 넘긴 노모 금실(서우림)이 환갑을 앞둔 아들 희명(송승환)의 살벌한 부부생활을 걱정하는 것은 자식 둔 부모의 고행에 끝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장차 대법관 자리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집안의 영광 소영(엄지원)이 “비밀 없다 문화”를 공유하는 집안에서 제 부모까지 속이고 한 달 후면 싱글맘이 된다는 “무시무시한 일”을 첫 회부터 보여줌으로써 이 가족을 곧장 시험대 위에 세웠다. 다시 말해, 이 가족의 위기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이 실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을 맞닥뜨리며 겪는 혼란에 있다. 어디에 견주어도 흠 잡을 데 없다 믿었던 자식은 보란 듯이 부모의 뒤통수를 칠 수 있고, 번듯하고 반듯하다고 여겼던 가족에게도 구멍은 나고 틈은 벌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숙모 새롬(견미리) 앞에서 소영이 “저 안소영 아니에요. 사람 잘 못 보신 거예요”라며 정색할 때, 그것은 단지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부정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에 놓인 자신은 더는 당신들이 알고 있는 안소영이 아니라는 의미의 선언처럼 들린다. 이제 중요한 건, 그럼에도 이들이 가족이라는 힘겹고 수고스러운 길을 걷는 이유이자 방식이다. 2회에서 소영의 비밀을 알게 된 지애(김해숙)가 “사고로 애 잃은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최악보다는 차악을 수용함으로써 어떻게든 자식, 그리고 가족을 품고 가려는 발버둥이자 체념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실이 남편 호식(이순재)의 잔소리를 “배냇병”이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은 상대를 완벽하게 긍정했다기보다는 단념과 포기에서 나온 합의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무자식 상팔자>는 이미 벌어진 일이 비록 자신의 기대와 다를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포석을 놓았다. 완벽하게 도려낼 수 없는 상흔에 대처하는 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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