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슈 모두 대선 판세를 뒤흔들 변수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NLL과 정수장학회는 언제든지 판세를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다. 정치권력과 역사의 문제이자, 과거를 놓고 벌이는 계승자들의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어느 한 쪽이 정곡을 찔린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경제학자들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경제민주화'를 대선 주자들이 약속한 듯 첫 번째 경제과제로 꼽는 현상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속셈은 훤히 들여다보인다. 표심이다. 서민 경제의 붕괴가 불러온 민심의 분노가 그 출발점이다. 깊어진 양극화, 무너진 중산층, 발길에 채는 청년백수가 민생의 현실이다.
그들은 말한다. 수천억원, 수조원씩 버는 재벌가의 딸, 손에 밀가루 한번 묻혀 보지 않은 자들이 베이커리를 만들어 동네 빵집을 망하게 하는 게 옳은가. 아들, 딸, 사위, 며느리까지 계열사 사장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 경영인가. 죄를 짓고도 왜 재벌 총수는 감옥에 가지 않는가. 왜 영원한 을(乙) 중소기업을 쥐어 짜는가.
경제민주화의 전선은 새롭게 구축됐다. 공세의 정치권과 방어의 진을 친 재계다. 재계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은 수차례 경제민주화의 애매함, 부당성, 악영향을 주장했다. 지난주에는 상공회의소가 나섰다. 경제민주화는 재벌 때리기다, 과속으로 성장기반을 훼손할 것이다, 본질인 경제위기는 외면하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흡사 선명성 경쟁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재계의 주장에도 귀담아들을 대목이 있다. 반(反)기업정서를 부채질한다면 기업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리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 불황기에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재계가 흥분한다고 정치권이 누그러질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민심, 즉 표심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재계가 아무리 논리적 주장을 편다 해도 민심에 다가서기에는 2%가 부족하다. 논리로 풀 수 없는 정서의 장벽이 너무 견고하다.
미국에도 있고 프랑스에도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 가진 자의 덕목이 문제다. '부자들 세금 더 거두라'는 총수는 왜 없는가. '자식에게 절대로 재산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오너는 왜 안 나오나. 대한민국 재벌 모두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30대 재벌가 중에 한 곳만이라도 좋다. 1000쪽짜리 전경련 보고서보다 그런 '튀는 회장님' 한 명이 서민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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