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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기록하는 영화..."기록되지 않은 것은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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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지금 한국을 지배하는 화두는 정치다. 다가온 대선 구도는 몹시 흥미롭게 짜여졌다. 영화도 정치의 움직임과 맞물린다. 특히 올 가을에는 정치의 이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눈에 띈다.

18일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맥코리아'는 투자운용회사 맥쿼리가 서울시와 정부의 민자사업 유치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맥쿼리는 2002년 한국에 진출한 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건립,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 굵직한 민자사업 투자를 도맡는다. 맥쿼리의 승승장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과 맞물려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진다.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은 '맥코리아'가 처음이 아니다. 올 초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도 맥쿼리 특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맥쿼리는 서울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 중 하나다. 2005년 9호선 건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중이던 서울시는 맥쿼리 측에 2025년까지의 최소수익을 보장해 줬다. 적자가 나면 서울시가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2009년 개통 이후 2년간 적자를 보전해 준 비용만 470억이다.
맥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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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 감독이 '맥코리아' 제작에 나서게 된 이유도 9호선 기습 요금인상이었다. "평소 9호선을 타고 다니다가 요금인상 소식을 접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서울시와 정부 부처, 맥쿼리 등을 직접 찾아갔다. 영화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맥쿼리 특혜의혹을 넘어 현 민자사업 방식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된다. "부유한 지역에는 이미 인프라가 구축돼있다. 지금까지 소외돼있던 지역들이 민자사업의 대상이다. 민자사업 시설은 공공사업보다 비싼 요금을 통해 운영된다. 계층간의 불균형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부분이다." '맥코리아'는 제작이 진행되고 있던 8월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티저영상 공개와 함께 맥쿼리측이 "상영금지가처분 소송 등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송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김 감독은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는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학생과 활동가들의 투쟁뿐만 아니라 스커트와 머리 길이를 단속하고 통기타를 압수했으며 코미디 프로그램을 금지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종합하는 영화다.

M2픽처스의 김학민 대표는 "유신이 오래된 과거의 사건으로 잊혀져 가고 있다"며 "젊은 세대는 아예 유신이라는 말조차 모르는 시대"라고 말했다. 영화 제작을 추동한 것은 역사적 망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거리 인터뷰를 나가서 한 젊은이에게 유신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김유신 장군 시대 아니냐'고 되묻더라." 김 대표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 연세대 주모자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언도받았다. 당시 정권은 유신체제 반대운동에 내란 선동 등의 혐의를 뒤집어씌우며 배후에 인혁당 재건위원회가 있다고 발표했다. 8명이 판결 확정 후 18시간만에 사형을 당했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작으로 결론짓는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며 사건 조작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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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김 대표의 나이는 불과 스물셋이었다. 그 뒤로 독재 정권의 기억은 김 대표의 삶을 떠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실제로 정치가 많은 진보를 보여줬지만, 당선 가능성이 큰 대통령 후보의 역사인식이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하며 "(영화가)지금 세대들이 역사를 제대로 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신의 추억'은 지금 편집 과정을 밟고 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8명의 넋을 기리고자 사형이 집행된 날인 1975년 4월 9일에 맞춰 러닝타임을 75분 49초로 끊었다.

한편 18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이 개봉한다.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이 대통령의 대선 선거 운동에 나섰던 2007년과 현재를 대조한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고 김근태 의원의 수기를 극영화 형식으로 영화화한 '남영동 1985'는 1985년 자행됐던 끔찍한 고문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며 화제를 몰고 온 '남영동 1995'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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