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고착화되는 이런 흐름을 필승구도로 보느냐 필패구도로 보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서는 '필패구도까지는 아니라도 이기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는 게 맞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추석 장고에 들어갔던 박 후보가 연휴 뒤 첫 번째 공개일정으로 부산ㆍ울산행을 택한 건 흔들리는 텃밭을 다지려는 것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부산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이자 정치적 기반이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고향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영남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다지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지지의 확장성을 위해 조금 더 파격적인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우리가 취약한 쪽이 어디인지를 알면 거기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수도권 지하철 출근자들을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집토끼 단속'에 너무 치중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남 의원은 전날 대대적인 쇄신을 위해 "(박 후보가)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친박(親박근혜) 측근들의 '2선 후퇴론'을 제기했다.
내부단속이 다자구도 지지율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데는 효과적이겠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양자구도에서의 확장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린 발언으로 들린다.
남 의원은 또한 현재의 구도를 이기기 어려운 구도로 평가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에서 박 후보와 상대 후보들 간의 혼전 및 박 후보의 근소한 열세, 충청권에서의 박빙 양상이 뚜렷하다.
호남에서는 문ㆍ안 후보의 우위가 절대적이다. 20~40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박 후보가 밀리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대선 공보단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들과 수도권ㆍ충청ㆍ호남의 표심을 빼앗아오는 게 박 후보의 과제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생각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상징성 높은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이른바 '대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공동선대위원장), 김지하 시인(국민대통합위원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하마평 그 자체만으로 관심을 모으는 게 이 때문이다.
물론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송호근 교수와 김지하 시인은 그간 직ㆍ간접적으로 수 차례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연휴 직후 잇따라 진행된 양자대결 가상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에게 오차범위 안팎의 차이로 밀리거나 혼전을 벌이고 있고 문 후보와는 혼전중이거나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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