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별 예산 20% 일괄 삭감 지시..삼성화재는 해외출장도 자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필기구 구매하는 것을 자제하라."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들의 역마진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고강도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대외 경제여건 역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의 비상경영이다.
19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박 사장은 최근 필기구 구매 뿐 아니라 낭비라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 모두 비용을 없앨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올 하반기부터는 각 부서별 예산을 20%씩 일괄 삭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갑작스런 예산 감축으로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사무실 종이사용량 줄이기 움직임은 비용 절감 뿐 아니라 친환경 경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은 녹색경영의 일환으로 보험계약에 필요한 서류 상당부분을 전자문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보험설계사들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쇄물이 많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량을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사업외적인 요소까지 절약을 강조하면서 삼성생명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회사가 직접 나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가'라는 의견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게 내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삼성생명 측은 "'필기구나 종이 값이 얼마나 한다고 그러냐'는 푸념이 나올 수 있지만 "실질적인 비용절감 효과 보다는 정신무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올 초 이와 관련한 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역마진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바 있다. 사업비 차익 등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지만 과거 고정금리가 반영된 장기보험의 경우 이미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를 리드하는 삼성생명의 전사적 절감 움직임은 동종의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 는 2개월 전 '해외출장시 이용하는 비행기 좌석 등급 낮추기'를 실시한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아예 출장 자제를 지시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전기 사용 등 낭비요인을 무조건 줄이자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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