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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같이…" 과장님의 문자 보관하세요

성폭력 사각지대 여대생 아르바이트
2. 이렇게 대처하라

거부의사 표시만으론 부족…확실한 증거 필요해
알바 그만두지 말고 다른피해자와 함께 행동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민찬 기자, 주상돈 기자] 모명문대 4학년생인 L씨(22ㆍ여)는 졸업 후 공기업에 취업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해 말 공기업 인턴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2주간의 교육이 끝나고 부서에 배치 받은 L씨는 첫 회식 자리에서 난생 처음 성희롱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부서 상사인 K과장(33)은 노골적으로 L씨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기도 했다. 퇴근 후에는 수십 통의 문자를 보내 사랑을 고백했다. 강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했지만 K과장은 웃어 넘겨버렸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K과장이 결혼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고 그의 아내는 아이를 임신 중이라는 것이었다.
◆ "문자ㆍ메신저등 증거자료 수집하라" = 참다 못한 L씨는 K과장의 행동을 하나하나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메신저 등으로 K과장이 보낸 "오늘 유난히 다리가 예뻐 보인다" "저녁에 술한잔 할까? 오늘 밤 같이 있고 싶은데" 등의 성희롱 발언을 따로 저장했다. L씨는 이를 K과장의 이메일로 보낸 뒤 "이같은 일이 재발되면 이 증거를 사내게시판에 올리겠다.고용부와 인권위원회 진정은 물론 민ㆍ형사소송도 제기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K과장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이상 L씨에게 접근하지 못 했다. L씨는 6개월의 인턴 기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상당건수 1151건 중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980건(85.1%)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성인은 직장에서 일어난 피해가 228건(32.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성폭력이 피해자의 생활공간,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성희롱 발언 이제 그만"…예방이 최선이다 = 더 큰 문제는 성희롱이나 성폭행 피해를 당했을 경우 정식으로 고발하기 보다는 알바를 그만두는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내에서 성폭력 경험이 있다면 예방에 나서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조언한다. 회식자리에서는 가능한 멀리 떨어져 앉고 업무 외적인 대화ㆍ만남을 거부해야 한다.
열린 정신건강의원 심상호 원장은 "성희롱 피해자가 싫은데도 좋은 척 남에게 맞춰주는 스타일일 경우 가해자가 착각할 수 있다"며 "처음부터 분명히 싫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임금을 주는 고용주라고 해도 성희롱을 당했을 때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전임자에게 직장내 성희롱이 있었는지를 알아보고, 성희롱을 당한 동료와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 등이 일터 내 성희롱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 알바 여대생 위한 성희롱 예방장치 없어 =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주기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직원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전 직원이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점주는 직원들과 1:1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동영상 시청 여부와 상담내용은 본사로 보고한다. 하지만 상당수 알바 여대생들이 일하는 호프집 등 소규모 점포는 성희롱에 대한 기본교육조차 실시되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 고기집을 운영하는 A사장은 "보호장치라고 할 만큼의 방법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다만 여직원들은 밤 11시 이전에 퇴근시키고 술 취한 남성손님들이 있는 곳은 남성직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이민찬 기자 leemin@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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