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말 많았던 김중겸 사장 취임 1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진실된 원칙주의자인가, 계산된 명분론자인가.'

취임 첫돌을 맞은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을 둘러싼 평가는 이렇듯 극명히 갈린다. 지난해 9ㆍ15 대정전 사고 직후 김쌍수 전 사장의 후임으로 한전에 온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일각에선 "근래 공기업 사장 중에 김 사장만큼 수난을 겪은 사람도 드물다"는 안쓰러운 목소리마저 들린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차기 한전 사장은 민간 출신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김 사장에 대한 경질설은 사석에서 오간 이 같은 발언들이 시발점이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MB맨'이란 화려한 수식어를 안고 한전의 구원투수로 등판한지 몇 달 만에 김 사장은 '말 안 듣는 공기업 사장'이란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수차례 마찰을 빚으면서다. 결국 전기요금은 4.9% 올랐다. 김 사장을 비난하는 주주의 목소리는 다소 낮아졌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무리한 인상을 요구한 데 점수를 준 것이다. "김 사장이 전략적으로 명분 쌓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있어 '원칙'을 내세웠고 정부는 이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이 정부에 헛점을 잡힌 것은 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한 소송 예고였다. "같은 공기업끼리 밥그릇 싸움하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시기는 아니다"는 정부의 명분에 한전은 한 발 물러섰다. 소송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고 김 사장의 운신의 폭도 좁아진 게 사실이다.
김 사장이 내년 취임 2주년을 맞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노자(老子)의 사상을 가장 잘 담은 말로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있다. 상선약수편 가운데엔 '나라에서 중요한 것은 질서이고,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능력이고, 행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시기이다(正善治 事善能 動善時)'란 표현이 나온다.

국내 최대 공기업 수장으로서 나랏일을 하는 김 사장이 혹, 놓친 것은 없는지 되돌아 볼 가치가 있는 시점이다. 단, 소신의 날개를 쉽사리 꺾진 않기를 바란다.



김혜원 기자 kimhye@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