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돌을 맞은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을 둘러싼 평가는 이렇듯 극명히 갈린다. 지난해 9ㆍ15 대정전 사고 직후 김쌍수 전 사장의 후임으로 한전에 온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MB맨'이란 화려한 수식어를 안고 한전의 구원투수로 등판한지 몇 달 만에 김 사장은 '말 안 듣는 공기업 사장'이란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수차례 마찰을 빚으면서다. 결국 전기요금은 4.9% 올랐다. 김 사장을 비난하는 주주의 목소리는 다소 낮아졌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무리한 인상을 요구한 데 점수를 준 것이다. "김 사장이 전략적으로 명분 쌓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있어 '원칙'을 내세웠고 정부는 이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이 정부에 헛점을 잡힌 것은 전력거래소 등을 상대로 한 소송 예고였다. "같은 공기업끼리 밥그릇 싸움하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시기는 아니다"는 정부의 명분에 한전은 한 발 물러섰다. 소송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고 김 사장의 운신의 폭도 좁아진 게 사실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 수장으로서 나랏일을 하는 김 사장이 혹, 놓친 것은 없는지 되돌아 볼 가치가 있는 시점이다. 단, 소신의 날개를 쉽사리 꺾진 않기를 바란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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