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공기' 만드는 대한항공 "1대에 150만불 매출"
드림라이너에 F-16까지.. 바다에 빠진 비행기도 인공호흡 "소생"
대한항공이 독자 복합소재 기술로 개발한 연료 절감형 항공기 날개 구조물인 에어버스 A320 샤크렛(Sharklet)이 최종 조립 단계에 있는 모습. 샤크렛 개발 사업은 고도의 복합소재 기술이 요구되는 부분으로서 설계, 개발, 제작, 시험 및 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대한항공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500여명의 엔지니어는 항공기의 생과 사를 주물렀다. 이들은 'S'라인을 뽐내는 따끈따끈한 신형항공기의 부품들을 구워냈다. 숨진 항공기에 숨을 불어넣기도 했다. 물에 빠진 고철도 그들이 주무르면 하늘을 나는 '철의 새'로 변신했다. 둔탁하지만 섬세한 손을 가진 장인들은 하늘을 넘어 우주로 비상할 새를 만들 날을 기약하며 이날도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 14일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를 찾았다. 김해공항옆 활주로를 달리다보니 논과 밭 위로 하늘색 물체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자세히 보니 대한항공의 태극마크가 눈에 띄었다. 방금 떼를 빼고 광을 낸 항공기가 테크센터의 도장공장에서 나오고 있었다.
◆항공업계 최고의 의상실= "도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단순 도장에서 레이더 흡수물질 도장(RAM)까지 갖가지 도장을 할 수 있다. 총 5개 공장에서 1년에 최고 150대까지 도장을 할 수 있다."
최준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부산테크센터장)은 이같이 말했다. 삼엄한 경비를 지나자 공장이 코앞에 닿았다. 상상 속 공장은 각종 페인트가 난무하고 특히 대한항공의 자주 쓰는 하늘색과 하늘색이 뒤범벅된 곳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항공기에 색을 넣을 때는 페인트에 자성을 띄게 해, 항공기에 흡착한다. 그래도 떨어지는 페인트는 천장 위 170개 에어커튼을 통해 바닥으로 내린다. 바닥에서도 펜이 돌면서 페인트 뿐만 아니라 각종 오폐수를 빨아들인다. 지하로 들어간 페인트, 먼지, 오폐수 등은 각종 집진장치와 정화장치를 돌면서 정화된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친환경 건물을 짓기 위해 통 크게 투자한 결과라는 게 최 본부장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14년전 680억원을 들여, 독일의 기술을 한국에 옮겨왔다. 항공업계 최고급 김해 부띠끄는 이후 각종 항공사 뿐만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 등 특수목적 항공기까지 찾는 명소가 됐다.
미 공군 F-15 전투기가 노후된 항공기의 배선을 모두 새로운 배선으로 교체하는 리와이어링(Rewiring) 작업과 기타 창정비를 마치고, 대한항공 격납고 앞에서 최종 출고를 대기하고 있다. Rewiring은 항공기의 모든 배선을 교체하는 작업으로 인체에 비교하면 혈관을 모두 바꾸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항공업계 종합병원도 자리해= 의상실을 지나자, 종합병원이 등장했다. 항공기, 전투기, 헬기 등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앉아 있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위치한 군용기는 대부분 이곳에서 정비한다. 각종 민항기의 정비도 실시하고 있으며 민항기의 경우 때에 따라 개조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이같이 설명했다. 항공기 병원은 인간의 병원과는 달랐다. 숨을 거둬도 이곳을 거치면 새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1994년 사고 항공기 복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 부산 테크센터에서 복원되고 있는 2대의 헬기를 제외하고 수송기, 헬기 등 총 19 대를 살려냈다.
미군의 HH-60는 지난 2002년 아프카니스탄에서 작전 수행 중 비행 불안으로 항공기 좌측부위가 모래언덕에 부딪치며 파괴됐다. 하지만 제작사인 시콜스키(Sikorsky)사나 미 육군 종합정비창(CCAD)은 수리해도 4~5년이나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수리를 포기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2년만에 복원을 약속하고 실행했다.
또 해군 훈련 중 함상에 착륙하다 바다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 링스 헬기도 보였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헬기는 사실 바닷물에 절은 상태였다. 테크센터는 이에 동체를 빼고는 모두 교체해 오는 11월 환생의 첫 비행에 들어간다.
◆항공기도 개조해 쓴다= 옆 공장에서는 민항기에 대한 중정비가 한창이었다. 2003년10월 도입돼 1만6004번 떴다 내린 A330항공기의 수리가 바쁘게 진행됐다. 비즈니스 좌석의 각도를 180도로 바꾸는 등 1060가지 작업이 진행됐다.
공장 밖에는 창문 없는 여객기가 서 있었다. 흔히 보는 여객기인데 조종석과 일등석 좌석을 제외하고는 창문이 없었다. 안을 들어가 보니 좌석은 없고 바닥에 레일이 깔려 있었다. 테크센터는 각 항공사에서 자사내 승객들을 태우고 다니던 747-400F 중 노후도가 심한 항공기를 대상으로 화물기로 전환할 것을 결정하면 이곳에서 화물기로 개조해 전달해준다. 이날 서 있던 화물기는 200명이 6개월간 수고 속에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항공기 구조물 자체 제작= 이어 항공기 제작공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일종의 자궁과 같은 곳이었다. 항공기 전부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품이 따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특히 첨단 항공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드림라이너' B787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6년부터 보잉사의 B787 제작 및 설계 사업에 참여해 날개 끝 곡선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er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등 6가지 핵심부품을 부산테크센터에서 제작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보잉사가 B787항공기 한 대를 판매하면 150만달러(약 17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구조물이 판매되는 것과 같다"며 "대한항공은 B787 여러 사업 파트너 중 항공기에 사용되는 구조물(Stringer)을 최초로 제작하는 등 보잉사로부터 최우수 사업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독자 복합소재 기술로 개발한, 연료 절감형 항공기 날개 구조물인 '에어버스의 A320 시리즈'에 '샤크렛(Sharklet)'도 양산하고 있었다. 샤크렛은 항공기 날개 끝을 연결해 하늘로 부드럽게 올린 형태의 구조물이다. 바람의 저항을 줄여 연간 700톤의 CO2를 절감할 수 있다. 이어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차세대 항공기인 A350 항공기의 화물 출입용 도어인 전 후방 '카고 도어(Cargo Door)'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A350 카고 도어 양산을 시작해 오는 2021년까지 총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A320 시리즈 샤크렛 및 A350 카고 도어 사업에서만 1조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본인의 손으로 항공기를 만들어 보고 싶어 이곳에서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는 최 본부장은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시작과 현재가 이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며 "최초 자체 제작한 헬기인 MD-500부터 우주 발사체까지 부산테크센터를 모두 거쳐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유수의 제작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민항기 구조물 매출 규모와 총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각각 33%, 10% 늘어난 3200억원, 60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3년뒤에는 각각 6000억원,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이 설계부터 개발, 제작에 이르는 전 분야를 참여하고 있는 B787 항공기의 날개 구조물(RAKED WING TIP)이 제작 완료돼 최종 도장 상태, 날개 표면상태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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