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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구호 뛰어든 신세용 이사장 "'나중'엔 못합니다. 바로 '지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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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흰 머리카락에 눈동자까지 하얀 흑인 아이들을 본 적 있으세요?" 6일 역삼동 유익한공간에서 만난 신세용 국제아동돕기연합(United Help for Int'l Children, 이하 UHIC) 이사장(37)은 느닷없이 질문부터 던졌다.

답변을 채 하기도 전, 다시 그가 입을 뗐다. "알비노(백색증)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에요. 더 심각한 건 그 아이들의 신체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거죠." 신 이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그 아이들을 지켜야합니다."
 
신세용 UHIC 이사장

신세용 UHI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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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사장은 2004년 NGO기관인 UHIC를 설립하며 전 세계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구호활동에 뛰어들었다. 현재 UHIC는 탄자니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아동건강센터를 운영하며 의료 및 영양식, 교육활동 등을 지원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경제철학을 전공한 그는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금융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던 잘 나가던 청년실업가였다. 그런 그가 만 서른을 앞둔 해 NGO 활동에 나서자 모두가 만류했다. 신 이사장은 "사회에 불만 있냐, 금융쪽에서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 등 지인들이 모두 반대했다"며 "그 때 나는 '10년 뒤 없으면 안되는 단체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사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달에도 탄자니아를 찾아 현지 아이들과 만났다. 그에게 특히 아픈 손가락은 흰 피부에 흰 머리카락, 흰 눈동자를 가진 알비노 아이들이다. 현지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모습을 한 알비노 아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차별대우만이 아닌, 생명의 위협까지 존재한다.

신 이사장은 "알비노 아이들의 신체를 복용하면 부자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미신이 있다. 자고 있는데 집에 들어와 신체 일부를 잘라가기도 한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지난 18개월 간 탄자니아에서는 62명의 아이들이 공격당했고, 지금도 이들의 신체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며 "언젠가가 아닌 지금 이순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2008년 찾은 필리핀 베르데아일랜드섬 오지마을에서의 일은 그에게 뼈아픈 기억이다. 높은 파도로 접근조차 어려운 이 곳에서 신 이사장은 뇌종양으로 뇌가 부풀어가는 한 아이를 만났다.

귀국 후 신 이사장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여러 기업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거절. 그는 "워낙 오지다보니 계속 거절 당했다"며 "이어지는 거절에 충격을 먹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결국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며칠을 울었다. 그는 "이후 후원자를 모아 비슷한 지역, 비슷한 증상의 아이들을 치료하고, 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이 일을 택한 이유를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왜 하필 아동일까. 어려서부터 유난히 아이들이 잘 따랐던 그는 "아동은 선택기회가 없기에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UHIC는 단지 아동구호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는 않다.

그는 "하나에만 집중하다보면 다른 중요한, 시급한 일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지구가 나아지는 길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고 활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UHIC는 올해부터 미혼모 사업인 나비프로젝트, 현지인 파견 교육사업인 키퍼프로젝트 등을 진행한다.

이날 신 이사장을 만난 역삼동 유익한 공간은 UHIC가 운영하는 후원카페다. 대한항공, 진에어 등 기업들이 이 곳에서 일일카페 봉사 활동을 펼치며 더욱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여기에서 파는 커피와 음료, 식사는 전액 국제 아동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삼성에버랜드가 올해부터 식자재도 지원 중이다.

신 이사장은 "후원자들이 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후원할 수 있게끔 한 것"이라며 "탄자니아 탕가에도 내년부터 후원카페를 건설, 그들 스스로 돕는 법을 알게끔 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커피 한 잔"이라며 "작은 후원금이지만 소중히 쓰일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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