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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미술품 과세, 이번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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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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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채택하는 국가에선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말이다.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이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세 제도상 소득이 있는데 세금이 없는 대표적인 것은 소액주주의 상장기업 주식양도에 따른 차익과 개인 소장가의 미술품 양도소득이다. 전자의 경우 주식시장 활성화 및 서민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자는 의도에서 과세하지 않다가 최근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과세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미술품 양도소득은 1990년부터 과세키로 했지만 지금까지 무려 5차례 13년에 걸쳐 시행이 유보되고 있다. 2011년에는 시행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법이 개정돼 2년 뒤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바꿨다. 정부도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세 대상을 개인이 소장한 유고 작가 작품 가운데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실제 과세 대상은 연간 100여건으로 전체 미술품 거래 규모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럼에도 미술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첫째, 미술계는 세금을 부과하면 미술품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오래 전부터 세금을 물렸어도 미술품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역동적인 미국ㆍ영국ㆍ프랑스의 경우는 어찌 설명할 것인가. 지금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데도 국내 미술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술품 시장이 소수에 의해 움직이거나 음성적 거래가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닌가.

둘째, 미술품 시장의 양성화ㆍ건전화를 위해서도 과세가 필요하다. 세금이 부과되면 구입가격과 양도가격이 공개되므로 미술품 가격의 거품이 걷힐 수 있다. 따라서 건전한 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을 더 많이 찾을 것이다. 아울러 세금 부과로 미술품 유통구조가 훤히 드러나고 위작 시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한편 미술품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은 전적으로 미술계를 위해 사용될 필요가 있다. 미술품 가격은 높을지 몰라도 정작 미술가들은 배가 고픈 것이 현실이다. 미술가협회에 등록된 미술가 중 미술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5% 이내다. 미술가의 창작 비용을 정부가 세금에서 보조하면 미술품 창작과 유통이 늘어나고 정부와 미술가, 미술계 모두 상생하는 룰이 확립될 것이다.

정부도 세수확대 목적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 미술품에 대한 과세가 이뤄져도 추가적인 세수는 100억 원 미만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처럼 몇 십억 짜리 미술품이 국경을 넘나들어도 이를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미술품 과세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정부가 조세 공평부담 원칙에 관심을 갖고 마련한 제도다.

아마도 미술품에 대한 세금 부과를 반대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세금이 부과되면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가격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자이거나 미술품으로 뇌물을 주고자 하는 사람, 미술품을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자녀에게 줌으로써 재산을 물려주되 세금은 내지 않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질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세금부과 때문에 상주(미술가)보다 곡쟁이(투기꾼)가 더 슬피 우는 꼴이라고 평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주자들은 모두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이들의 약속이 공언(公言)인지 공언(空言)인지 2013년 1월 1일자로 미술품에 대한 과세부터 제대로 시행되는지 지켜보자.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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