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애플의 국내 모바일 기기 전문매장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썰렁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애플로 인해 미국 특허전에서 악재를 맞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3' 판매 흥행이 이어가고 '갤럭시 노트2'까지 공개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과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날 서울 명동 100평 규모의 애플 스토어 '프리스비' 매장 1, 2층에도 애플의 각종 상품들이 종류별로 말끔하게 진열돼 있었지만 매장 안은 휑하기만 했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4, 5명의 점원들이 하릴없이 매장 안을 서성거리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전부였다.
특히 아이폰4S 등 모바일 제품들은 출입구 왼편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돼 있었지만, 이미 구형이 돼버린 상품에 눈길을 주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아이폰5의 스펙이나 이전 기종에 비해 향상된 점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는 "아이폰4S와 비교했을 때 아이폰5가 기능상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소문일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신제품에 대해선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지키는 애플의 운영방침 때문에 외신 등 언론 보도에서 나오는 정보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9월 중순쯤 공개된다는 설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 정확치 않다. 미국 애플 본사는 신제품 공개 예정일이 정해져도 이를 국내에 미리 알려주진 않는 방침이다.
삼성이 갤럭시S3가 출시 두달도 안돼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하고, 독일 IFA에서 갤노트2를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애플은 특허 소송전 외엔 '감감무소식'이다. 신제품이 공개된다해도 국내 출시일까지는 통상 한달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신제품을 기다리기보단 국내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였던 임모(27)씨는 "아이폰4를 쓰다가 얼마전 갤럭시S3로 교체했다"며 "화면도 크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며칠 전 가격이 떨어진 기회를 이용해 구입했다"고 말했다. 연이어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는 삼성의 '샌드위치 작전'에 아이폰5가 출시된다고 해도 국내에서 얼마나 붐을 일으킬지도 미지수다.
아이폰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또다른 이유로는 국내 제품에 비해 가격 면에서도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폰4S 16GB의 출고가는 81만4000원이고, SK텔레콤과 KT에서 24개월 할부로 구입했을 때 할부원금은 각각 69만2800원, 68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제품이 출시 3~5개월이 지나 신제품 대열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가격이 떨어져 급기야 '공짜폰'이 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성모(38)씨는 "국내 스마트폰들에 비해 보조금 지원이 거의 없어서 아이폰 신제품이 구입하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애플 제품이 한달에 1, 2대 팔릴까 싶다"며 "가게에 물건을 들여 놓지 않아서 근처 대리점에서 조달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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