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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설의 새 패러다임 '성숙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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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길 국토연구원 부원장

박재길 국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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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건설업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환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까지 건설업역의 발전은 고도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양적 수요 팽창의 사회적 배경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국면에 와 있다.

인구 급증 때문에 주택 건설과 상하수도, 도로 등 시설을 설치하는 일에 골몰하던 도시들도 이제는 인구감소를 걱정하고 도시 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존 도시의 재생이 강조되고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형성된 도시 맥락과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전제로 건설을 기획하고 공급하는 것이 최근에 들어와 두드러지게 요구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거주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건설경영에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바야흐로 탈 성장사회에 걸맞는 건설의 기획과 공급체제가 필요하다. 이는 사람, 지역, 그리고 협력이 강조되는 성숙사회에 부합시키는 일이 된다.
물론 건설은 기본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물적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수요에 대응하는 일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중심, 지역중심, 그리고 협력중심으로 발전시켜 가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먼저 사람 중심이란, 이제 건설은 사람의 생리적, 기능적 필요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사람들이 체험하여 편안하게 느끼고 때로는 감동도 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체험과 공간의 질을 생각하면서 품질 중심의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 체제가 재정립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한 정비도 대단히 중요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모으게 되는 곳을 오랫동안 불결하고 답답하고 투박한 상태로 방치해 온 점도 있다. 따라서 건물이나 시설물도 이제 깨끗하고 아름답고 정겹게 느끼도록 정비하는 일이 건설업종에서 요구되고 있다.
지역중심이란 지역맥락을 알고 건설하는 일이다. 건설업종에서 다루는 주택 및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모두 지역 자산이라는 점에서 계획되고, 건설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장소적 맥락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로 공급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일상의 삶터와 장소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계자들 지식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다음 세대로 남기는 데 기여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력 중심은 건설이 사업단계의 것으로만 분절되어 전문가나 공급자들의 판단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나 생활자들의 삶에서 배어나는 현장 지식도 반영되고,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또한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이와같은 체제 속에 건설현장의 보도 포장 하나 하나에서도 숙련공의 손길이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 세 가지를 추구해가면서 건설업역은 우리사회가 성숙사회로 발전해가는 데 동행해 갈 수 있다. 과거에는 건설 활동이 사회의 외적 변화를 좇아 사람들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사람의 자긍심과 가치를 살려가는 사회 체제로 다시 보강되어야 한다.

사람이 사용하고 체험할 건설의 최종 성과물에 이러한 가치가 담기고 관계자의 창조적 발상도 곁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초석을 깔아온 건설업이 앞으로는 보다 창조적이며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도 변하고 제도 환경도 같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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