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 안타를 자랑하는 데릭 지터(38·뉴욕 양키스). 최근 팬들의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지터는 지난 2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개인 통산 3256안타로 역대 최다 안타 부문 단독 11위로 올라섰다. 현지 야구팬들은 그가 이 부문 최고 기록 보유자인 피트 로즈(4256개)를 넘어설 수 있을 지에 적잖은 관심을 나타낸다. 지터의 나이는 적지 않다. 로즈와의 안타 수 차이도 1000개가량 된다. 하지만 올해 몸놀림은 매우 가벼워 보인다. 도박 파문으로 얼룩진 로즈의 기록을 제발 갈아치워 달라는 팬들의 염원도 이 같은 관심을 부추기는 대표적 요소 가운데 하나다.
지터는 이전부터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데뷔 해인 1995년과 2003년, 2010년을 제외하곤 3할 이상 또는 3할에 근접한 타율을 유지했다. 200안타 이상도 일곱 차례나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터는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부상자명단에 오른 건 세 차례에 불과하다. 옥에 티는 2003년 경기 도중 어깨 탈골로 결장한 36경기뿐이다. 지터가 산술적으로 1000안타를 추가할 시점인 40대 중반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할 경우 역대 최다 안타 기록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주된 근거다.
지터는 톱타자로 나서는데다 강타선이 즐비한 양키스 소속이라 타석에 설 기회가 다른 타자에 비해 많다. 더구나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그는 허슬 플레이를 펼친다. 다른 타자들도 그렇겠지만 범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고, 이를 실천하려 무던히 애쓴다. 보다 많은 타석 기회와 허슬, 이 두 가지는 지터의 기록 달성을 크게 도울 수 있는 요소다.
더구나 지터는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를 맡고 있다. 자리는 결코 편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소화가 어려워지는 포지션이다. 올해 45세로 은퇴를 앞둔 ‘유격수의 신’ 오마 비스켈(토론토 블루제이스)도 40세 이후엔 유격수로 간간히 나섰다. 역대 최고령 유격수로 기록된 그는 “머리로는 수비가 되는데 정작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라며 수비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지터는 그런 유격수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올 시즌까지 지명타자로 나선 적은 있지만, 다른 포지션은 한 차례도 맡은 적이 없다. 오로지 유격수로만 뛰었다. 앞으로도 그럴 작정이다. 타격과 기록을 위해서라면 지터는 유격수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팀도 세 차례 옮기고 수비 위치도 6번이나 바꾸는 등 타격을 위해 변화를 받아들였던 로즈와 달리 지터는 아직까지 그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지터에게 기록 달성을 기대했던 팬들은 많지 않았다. 매 경기, 타석에서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지터가 승리의 안타를 쳐주기만을 기대했었고 지터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며 소속팀을 다섯 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어느덧 지터가 18시즌을 소화하며 그의 대한 관심과 기대는 개인 기록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해 양키스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3000안타를 달성해 관심을 고조시켰고, 이젠 그동안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로즈 기록을 깰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여기에는 내년 시즌 이후 계약이 끝나는 지터가 계속 양키스에 남을 수 있을 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지난해 지터는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늘 설레고 긴장된다.”
예나 지금이나 승부를 이기려하고 즐기려하면서 지터는 전설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까지도 지터에겐 볼거리가 많이 남았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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