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탄에 사는 주부 임영미(42)씨는 요사이 대형마트 유기농 코너를 찾는 일이 부쩍 줄었다. 두 아이를 생각해 유기농 농산물을 고집해왔지만 폭염에 농산물 값이 뛰어 가격 부담이 커졌다. 임씨는 "전기요금같은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른다는데 물가에 따라 남편 월급이 오르는 건 아니어서 절약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장철과 추석(9월 30일)을 앞둔 지금 가장 불안한 건 식탁물가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전국 평균 배추 상품(上品) 도매가격은 지난달 말 kg당 760원에서 이달 17일 990원으로 30.3% 급등했다. 상추 시세도 17일 4kg에 1만9600원으로 뛰어 1주일 사이 11.4%(10일) 올랐고, 시금치는 같은 기간 43.1% 폭등했다. 폭염으로 작황이 나빴던 게 악재였다.
가공식품 업체들도 일찌감치 가격 인상을 마쳤다. CJ제일제당은 10년 만에 햇반 가격을 9.4% 올렸고, 동원과 오뚜기 등은 참치캔 값을 최대 10%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코카콜라와 새우깡·맥주·라면 같은 인기 가공식품 값도 대개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앞서 부산시는 내년부터 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9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도 택시업계의 요구안을 접수했다. 정부는 시외버스 요금도 5∼10%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가를 흔드는 요인은 또 있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 가뭄이 찾아와 옥수수와 콩 같은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를 보면, 국제 선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17일 현재 t당 317달러에 거래됐다. 1월 평균가와 비교해 27.8% 높은 수준이다. 그 사이 밀과 콩 가격도 26.9%, 38.8% 급등했다. 경기침체로 떨어지던 유가는 어느새 L당 2000원대를 회복했다.
'물가 1% 시대'에 고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 하지만 임기 내내 각종 가공식품과 공공요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해온 정부에는 더 이상 남아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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