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원은 푸시 라이엇 멤버들을 '종교 증오 조장 및 난동'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여성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 나제즈다 톨로콘니코바(22), 마리야 알료히나(24),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29) 등 3명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복면을 하고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정교회 사원에서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를 연주했다가 '난동'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 측 니콜라이 포로조프 변호사는 "형량에 관계없이 항소하겠다"며 "그간 요구했던 재조사를 다시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숙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최대 정교회 사원에서 록 음악을 연주한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여겨지는 데다 노래 가사가 푸틴 당시 대선 후보(현 대통령)를 비방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EU 등 국가들도 정부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비난했다.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원의 판결에 대해 "균형을 잃었다(disproportionate)"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도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균형을 잃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판결에 대해 "너무나 혹독하다"면서 러시아가 유럽의 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알리스테어 버트 영국 외무차관은 "영국은 러시아 정부에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을 보호하고, 형평성 있는 사법제도를 운영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며 "오늘 판결은 인권과 자유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애시튼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고위대표는 "러시아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오늘 법원 판결을 검토한 뒤 번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푸시 라이엇 멤버들을 양심수로 간주하고, 이날 판결은 러시아 정부가 푸틴 대통령 비판자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선고일 전날인 16일(현지시간) 밤 미국 뉴욕에서는 수백명이 '푸시 라이엇 석방'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록 밴드 공연이 주로 열리는 도심 번화가를 줄지어 행진했다.
또 선고일에는 호주 시드니의 옥스퍼드 거리에서는 푸시 라이엇 멤버들처럼 마스크를 쓴 음악가 10명이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공연을 했다. 영국 런던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도 이들을 성원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어 러시아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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