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여제’ 장미란이 울었다.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기록도 아쉬웠다. 전성기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눈물샘을 자극한 요인은 따로 있었다. “나를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켜드렸을 것 같아 염려스럽다.” 그는 우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한 역도의 입지와 비인기 종목에 대한 무관심이다.
장미란은 태릉선수촌 선수들 사이 롤 모델로 불린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항상 걱정하고 위로한다. 지난 2월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출범하기도 했다. 재정 지원을 필요로 하는 종목에 적잖게 힘을 보태고 있다. 소매를 걷어붙인 건 누구보다 그들의 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재단 출범을 알리며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 역도 +75㎏급) 은메달 이후에도 나를 유도나 씨름 선수로 보는 분들이 계셨다. 항상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 은퇴 이후에도 체육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가벼울 수 없던 장미란의 어깨.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미란은 올해 28살이다. 역도선수로서 베테랑에 해당한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 14명 중에서도 두 번째로 많았다. 그는 몸도 성하지 않다. 2010년 봄 재개한 훈련에서 잔부상 악령에 시달렸고, 이내 교통사고를 당해 그해 동계훈련을 건너뛰었다. 이후에도 훈련 도중 어깨와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충분한 훈련 소화는 불가능했다.
온갖 악재에도 장미란의 역사는 멈추지 않았다. 특히 2011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그는 라이벌 멍수핑(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이번 대회 4위 역시 값진 성과다. 저우루루(중국),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와 같은 ‘괴물’들의 등장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더구나 올림픽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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