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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소모품 비극…그래도, 인턴 지원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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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보다 인맥에 밀리고
허드렛일로 하루 때워도
월급은 알바보다도 못해
이력서 한줄이 아쉬워…


여름방학은 대학생들에게 '인턴의 계절'이다. 불황 탓에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져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는 학생들이 인턴 전형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직면하는 현실은 '3불(不) 3저(低)'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고 불투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임금에다 실무에 참여할 기회는 적고 허드렛일로 하루를 보낸다.

그동안 인턴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여전히 속시원한 개선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난이 고착화하고 있는 만큼 청년인턴제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턴 취업에 외모·나이·거주지는 물론 부모 힘까지 = 지난 2월 A대학을 졸업한 전기남(27·남)씨. 그는 석유화학업체에서 5개월째 인턴생활을 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도 보장받았다. 그는 "지원 당시 경쟁률이 100대1을 넘을 정도였다"며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은 공채 못지않게 인턴전형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인턴생활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여러 대기업의 인턴에 지원했다가 낙방했는데, 나보다 스펙이 안 좋은 이가 합격한 경우를 종종 봤다"며 "지명도가 높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인턴 자리를 따내기 위해서는 부모, 친인척 등 인맥이 총동원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스펙보다 인맥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얘기다.

지난 2월 지방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최승표(27·남)씨. 그는 최근 건설업체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는 "회사의 임원이나 공장장, 현장 소장쯤 되면 으례 자신의 친인척 등의 편의를 봐주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방대, 전문대 등에 대한 학력 차별 또한 넘어야할 산이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대학별로 부여된 점수가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SKY 대학은 10점, 기타 상위권 대학은 8점, 지방대는 7점이나 6점 등이다.

그는 "대기업 본사가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지방대생 보다 서울지역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실제 합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서울과 수도권 지원자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요즘은 인턴 전형에도 블라인드 테스트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의 경우 외모나 나이 심지어 거주지를 따지는 곳도 있다는게 대학생들의 전언이다.

화장품회사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영숙(26·여)씨는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채용하면 나이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인턴 채용에 성공할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이어 "가뜩이나 여성들은 공채 때 결혼, 출산 때문에 불리한 점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운좋게 인턴생활을 했지만 공채를 앞둔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김밥 사왔습니다"…허드렛일로 하루 때우기 일쑤 = 정규직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턴사원이 되더라도 사정은 나아질게 없다. 커피나 간식 배달은 기본이고 상사의 아침식사 심부름까지 떠맡는다.

의류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B대학 3학년 김철현(25·남)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비록 인턴이긴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처럼 함부로 대하려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턴으로 일해 받는 월급도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하다. 김기철(27·남)씨는 여행사에서 6주간 인턴생활을 했다.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하게 9시에 출근, 6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6주간 받은 보수는 고작 45만원. 김씨는 "솔직히 말하면 누가 이 돈 받으면서 일하고 싶겠느냐"면서 "이력서에 한줄 더 쓸 게 생기니 어쩔 수 없이 참고 일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무경험을 쌓겠다는 당초 기대도 어김없이 좌절된다. 출판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C대학 4학년 김희연(23·여)씨는 하루종일 단순 문서작업에 매달린다.

그는 "실무경험을 쌓으려고 인턴을 하는 건데 단순 업무가 전부"라며 "인턴들은 팀회의 등에도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털어놨다.

사정이 이러니 직원들과 융화되기도 쉽지않다. 청년 인턴들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라는 인식이 아직도 적지않다는 증거다.



김종수 기자 kjs333@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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